더 이상 ‘일본킬러’ 김광현(21)의 일본전 맞춤형 출격은 없게 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에 진출한 한국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김광현의 일본전 등판 스케줄을 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표팀 김성한 수석코치와 양상문 투수코치는 11일(한국시간) “지난해 베이징올림픽까지 김광현이 일본킬러로 잘해줬지만 이번 대회 만큼은 일본전에 등판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물론 경기를 치르다 투수가 고갈돼 어쩔 수 없이 일본전에 김광현을 선발로 써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2라운드 이후 일본과 상대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선발은 다른 투수를 투입하기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 대표팀 계획대로라면 불가피한 상황이 닥치지 않는 한 김광현의 일본전 선발등판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양상문 코치는 “김광현은 이미 일본과 많이 상대했다. 그만큼 노출이 많이 돼 있다. 상대를 많이 할수록 장단점이 서로의 눈에 읽힐 수밖에 없다. 물론 김광현 개인적으로는 설욕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단기전 승부인 만큼 대표팀으로서는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김광현은 오히려 다른 나라에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WBC에서는 일본전 등판을 거르고 다음 국제대회에 등판한다면 또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이같은 결정은 대표팀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자 전략적 판단이다. 7일 일본전에 선발등판한 김광현은 1.2이닝 동안 8실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종전의 일본킬러다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그에게는 생애 최악의 투구였다. 물론 대표팀은 충격의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대표팀은 그러나 김광현이 2라운드 이후 여전히 중요한 몫을 해줘야할 기둥투수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12일 오전 11시 5분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첫 평가전 선발로 내정했다. 그의 컨디션과 자신감 회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이다.
양상문 수석코치는 “일본전에서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통타당한 데 대해 말들이 많지만 투수가 주무기를 던지지 않고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느냐”면서 “다만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다 슬라이더 각도가 밋밋해서 맞았을 뿐이다. 주무기를 버릴 수 없다. 슬라이더가 살아나기를 기대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괜히 일본전에 등판해 설욕하겠다는 생각이 강해 힘만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워낙 성격이 좋은데다 좋지 않은 기억을 오래 가지고 갈 친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컨디션도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2라운드에서는 잘 던질 것으로 믿는다. 김광현을 상대해보지 않은 타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대표팀은 샌디에이고와의 평가전에 선발 김광현에 이어 1라운드에서 공을 많이 던지지 못했던 손민한 이재우 오승환 등을 차례로 등판시키고, 타자 중에서도 타격기회가 적었던 선수를 출장시켜 경기감각과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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