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WBC 스펙트럼] 정근우 “부상투혼을 보여드리죠”

  • 입력 2009년 3월 16일 07시 44분


키는 작지만 탄력 넘치는 몸. 그래서 지인들은 “레슬링을 했으면 더 성공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타석에 들어서면 다부지고, 주루플레이를 할 때면 에너지가 폭발합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

의욕과 투지가 지나쳐 때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제 그는 확실히 국가대표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은 느낌입니다. WBC 대표팀 내야수 정근우(27) 얘기입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울고 대한민국이 울었던 지난해 뜨거웠던 여름, 다들 기억하시죠.

류현진의 완봉투로 1-0으로 캐나다를 이길 때, 정근우는 그 작은 몸으로 결승 솔로홈런을 날렸습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1-2로 뒤지던 7회말 이대호의 대주자로 나가 이진영의 우전안타 때 그 짧은 다리로 홈을 밟았습니다.

마치 다리에 모터를 단 듯 내달리더니 일본포수의 태그를 피해 멋진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왼발로 긁고 지나가는 장면.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언제나 유쾌합니다. 혀 짧은 발음으로 농담하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이 같습니다(실제는 지난해 초 자신을 닮지 않은 아들을 낳았다고 좋아하는 아버지죠).

15일 펫코파크에서 타격훈련을 할 때 그는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을 격려합니다.

김태균이 배팅케이지 옆에서 타격훈련을 준비하자 “김희망!”이라고 외칩니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 ‘별명왕’이 돼버린 친구는 뒤를 돌아봅니다.

정근우는 까르르 웃습니다. “김희망이라고 부르면 저런다니까요.” 김태균도 웃어버립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정근우.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지만 사실은 아프다고 하네요.

하와이에서 대표팀 전지훈련을 할 때 2루 도루를 하다 발목을 접질린 게 아직도 말썽입니다. 당시 인조잔디에 스파이크가 걸리며 발목이 꺾였다고 합니다.

하와이에서 도쿄로, 도쿄에서 애리조나로, 그리고 애리조나에서 샌디에이고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발목 통증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 나은 줄 알았지만 기압이 떨어지는 상공에만 가면 발목이 퉁퉁 부어오르더랍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씩씩합니다. 15일 훈련 때 “상공에서는 발목이 부어올라도 여기는 지상이니까 가라앉는다. 문제없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더 목소리를 높입니다. “베이징 때만큼 냄새가 난다”고. 그러자 주위에서는 또한번 폭소가 터집니다.

‘곱슬머리 작은 거인’ 정근우가 한국야구의 매운 맛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제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16일 낮 12시 멕시코와 2라운드 첫 경기를 치릅니다. 한국산 ‘작은 고추’가 화끈한 방망이와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를 또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멕시코가 납작코가 되도록.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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