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목동구장.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앞서 덕아웃을 지나치던 히어로즈 황두성(33)은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돼 하와이 전지훈련까지 동행했지만 끝내 두산 임태훈(21)과 교체된 데 대한 얘기였다.
3일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에서 알렉스 라미레스에게 홈런을 맞는 등 제구에 난조를 보인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꿈의 무대’ 개막을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황두성은 “솔직히 처음엔 서운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숱한 고비를 넘기고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 잡은 그이기에 금세 새로운 목표를 향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됐다.
올해 그는 전직 마무리였던 다카쓰 신고의 자리를 메우게 된다.
“중책을 맡은 만큼 올 시즌에 집중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각오뿐이다.
1년 만에 다시 황두성을 지도하게 된 김시진 감독도 누구보다 믿음이 깊다.
김 감독은 “팀으로서도 황두성의 중도 탈락은 손해였지만 스스로 잘 털고 일어나리라 믿는다”면서 “주자가 없는 마음 편한 상황에서 등판시켜 부담없이 컨디션을 조율하게 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목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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