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열린 2009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0회 동아마라톤 대회는 세상에서 가장 긴 런웨이에서 만들어진 패션쇼라 할만 하다.
모델이 마라토너, 런웨이가 42.195km의 코스로 바뀌었을 뿐. 성적이 중요한 선수들의 패션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마스터스 부문에 참가한 일반인들의 개성은 오색 영롱 빛을 발했다.
넥타이 부대로 통하는 아저씨들이 분위기를 선도했다. 평소 무채색 계열을 주로 입은 이들이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핑크와 오렌지색이 알록달록한 두건을 쓰고, 목에는 빨간색 머플러를 두르고, 양 손에는 컬러풀한 장갑을 낀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모자 대신 비니로 연출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유니폼 상의를 가슴 위까지 감아 올려 결승선을 통과한 마라토너도 있었다. 구릿빛 근육질 몸매와 노란색 탱크톱으로 변한 상의는 런웨이에서 단추를 풀고 상반신을 드러낸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동할 때도 액세서리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 여성들은 이번 패션쇼의 메인 모델을 자처했다.
홀터넥 드레스를 입은 안젤리나 졸리처럼 등 부분이 동그랗게 파인 브라운 컬러 상의로 여성미를 강조하고, 노랑, 초록, 주황 등 컬러풀한 그라데이션 유니폼으로 봄 분위기를 연출했다. 검정색 망사 스타킹을 신고 달리는 여성의 얼굴에는 자신감마저 가득했다.
화려한 컬러의 물결은 무릎을 보호하는 압박 밴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전히 살색 계열 밴드가 대세지만 단조로움을 벗어나 핑크색 밴드로 연출한 사람들도 적잖았다.
커스튬 플레이 또한 다채로운 컬러에 선명함을 부각했다. 레드, 블랙, 화이트로 상징되는 스파이더맨 의상, 갈색과 검정의 호피 스타일로 만든 타잔 의상 등은 일반인 마라톤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내년 대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잠실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화보]2009서울국제마라톤 대회 겸 제 80회 동아마라톤 대회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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