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용병술’ 김인식은 제갈량

  • 입력 2009년 3월 17일 07시 44분


7회 한국의 주자 두 명이 뛰었다.

한국이 4-2로 리드하던 무사 1,2루 상황이었다.

1루주자를 대주자 이진영으로 교체하자마자 더블스틸을 걸었다. 멕시코 포수 로드 바라하스는 송구조차 못했다.

경기 중계 화면은 비니 카스티야 멕시코 감독을 비췄다. ‘너, 한방 먹었어’라고 조롱하듯.

곧이어 김태균의 2타점 좌전 적시타가 터졌다. 4-2는 순식간에 8-2까지 벌어졌다.

16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멕시코전 완승은 김인식 감독이 ‘만들어낸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판세를 꿰뚫어보는 김 감독의 안목은 제갈량의 신기묘산을 떠올릴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고영민 좌월 솔로…덕아웃 환호

아시아라운드 초반 포진과 달리 멕시코전엔 이진영 대신 이용규가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외야가 넓은 펫코파크의 특징을 감안, 준족인 이용규를 발탁했는데 그 효과는 공격에서도 나왔다.

멀티히트를 터뜨린 이용규는 특히 2회 첫 안타 뒤 2루 도루, 후속 박기혁의 땅볼 때 나온 멕시코의 송구 에러 때 홈까지 파고들었다.

덕분에 2-2 동점이 됐고,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이어 김 감독은 5회초 수비 때 2루수 정근우를 고영민으로 바꿨다.

한국이 3-2로 앞선 상황에서 수비 강화책이었는데 고영민은 5회말 돌아온 첫 타석에서 멕시코 선발 올리버 페레스를 침몰시키는 좌월 솔로홈런을 작렬했다.

고영민의 노림수가 제대로 적중한 순간, 김 감독조차 덕아웃에서 박수와 탄성을 질렀다.

○고위험 고수익

한국이 3-2,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6회 무사 1루. 후속 이범호는 번트 모션을 취했다. 멕시코는 극단적인 전진수비로 압박했다.

그러자 이범호는 돌연 강공으로 전환, 좌익수 쪽으로 굴러가는 땅볼 안타를 만들어냈다.

기본기와 작전수행능력이 강한 한국야구의 세밀함이 발휘된 대목이었다. 승부를 가른 7회 더블스틸 역시 마찬가지다.

○투수교체의 달인

김 감독은 선발 류현진이 2회 2실점했고, 투구수마저 불어나자 3회 2사 1,2루에서 정현욱을 투입했다.

이어 정대현-김광현-윤석민-오승환을 릴레이 투입했다.

보직 파괴였고, 투입시점과 인선도 의외의 연속이었지만 김 감독의 예리한 감각은 절묘했다.

추가실점은 0이었고, 그 와중에 투구수까지 안배가 됐다. 류현진을 빼면 전원 18일 일본전 재출격이 가능해졌다.

특히 정현욱은 30구를 넘겨서 자칫 패했으면 17일 등판마저 안 됐지만 김 감독은 승부를 걸 땐 걸었고, 과실을 챙겼다.

덕분에 봉중근을 아꼈고, 김광현의 자신감을 되살린 점은 보너스였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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