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의 새내기 투수 성영훈은 지난해 8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가 됐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그는 아쉬워했다.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 패해 아쉽게 우승을 놓쳤던 것이 두고두고 후회돼요.”
지난해 덕수고 에이스였던 성영훈은 광주일고와의 결승전에서 9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뺏으며 7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0-3으로 졌다.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황금사자기는 고교야구 꿈의 무대다.
1947년 지금은 허물어진 동대문운동장에서 7개교가 출전하며 막을 올린 대회는 6·25전쟁으로 4년간 중단되는 아픔 속에서 성장해 올해 63회째를 맞았다.
황금사자기는 고교와 프로야구를 통틀어 가장 먼저 열린다. 지난해와 같이 1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개막 팡파르를 울린다.
선수들은 학교를 빛내고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전국 51개 고교가 참가해 4월 3일 결승전까지 총 50경기가 열린다.
지난해 우승한 광주일고는 2연패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을 노린다. 준우승에 머물렀던 덕수고는 2004년 이후 5년 만의 우승을 꿈꾼다.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은 “확실한 에이스가 없지만 투수 심동섭, 유창식, 이정호 등을 총동원해 물량작전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4번 타자 김경도는 홈런왕을 노릴 수 있는 슬러거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충암고, 투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경남고도 4강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단판 승부로 펼쳐지는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약팀이 강팀을 무너뜨리는 이변이 연출될 수 있다.
○ 선수에겐 기회, 관중에겐 감동을
졸업을 앞둔 선수들에게 황금사자기는 자신을 알릴 좋은 기회다. 프로야구 각 팀 관계자들이 경기장에 몰리고,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스카우트까지 모습을 보여 선수 발굴 경쟁에 나선다.
프로야구 히어로즈의 홈인 목동구장은 화장실 개보수, 좌석 정비 등을 했다. 관중들은 지난해보다 한층 쾌적해진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입장료 7000원(성인 기준·청소년은 3000원)만 내면 하루 예선 4경기를 모두 관람할 수 있다. 당일에 한해 재입장도 가능하다. 동아닷컴(www.donga.com)은 문자 중계를, KBSN에서는 생방송 중계를 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지난해 스타들 승승장구
MVP 정성철 KIA 붙박이 선발 ‘예약’
덕 수 성영훈 최고액 몸값 받고 두산行
1996, 1997년 모교 신일고를 우승으로 이끈 봉중근(LG)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항일 의사(義士)’로 거듭났다.
지난해 62회 대회에서도 ‘제2의 봉중근’을 꿈꾸는 야구 재목들이 속속 등장했다. 지난해 황금사자기를 빛냈던 주역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성철(KIA)은 지난해 광주일고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가 됐다. 결승에서 덕수고를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3경기에 등판해 15이닝 동안 삼진 22개를 뺏으며 무실점으로 막고 2승을 거뒀다.
정성철은 KIA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KIA 코치진은 정성철을 붙박이 선발 재목감으로 보고 있다.
당시 광주일고 마운드에 정성철이 있었다면 내야에는 허경민(두산)이 있었다. 허경민은 유격수로 5경기에서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는 완벽한 수비를 선보였다.
두산 관계자는 “허경민은 몇 년 안에 팀을 대표할 유격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결승에서 허경민에게 뼈아픈 적시타를 허용한 덕수고 에이스 성영훈(두산)은 한식구가 됐다.
성영훈은 신인 최다 계약 금액인 5억5000만 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했다.
그는 고교 최대어로 꼽혔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신출내기일 뿐이다. 두산은 올 시즌 성영훈을 이용찬과 함께 마무리 투수 후보로 올려 놓았다.
1년 전 황금사자기 대회를 빛내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이들은 지금 또 다른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서는 과연 어떤 스타가 탄생할지 기다려진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