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 제압을 누누이 강조했던 일본 하라 감독에게는 꽤나 뼈아픈 장면이었다.
선발 다르빗슈가 긴장한 듯 제구력 난조를 보였고, 2루수 이와무라는 경직된 플레이로 일본의 위축된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팽팽한 경기는 기싸움에서도 밀리면 안되는 법인데 1회말 무사 2루서 정근우의 땅볼 타구를 잡다 스텝이 꼬여 1루로 송구도 못했고, 이어 김현수의 땅볼 때 주자를 의식하지 않은 2루 송구로 유격수 가타오카의 포구 실책의 원인을 제공했다.
일본 야수진은 과거에도 유독 한국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3년 전 1회 WBC 2라운드 맞대결에서는 8회초 1사1루서 이병규의 중전안타 때 무리하게 3루까지 달린 1루주자 김민재가 3루수 이마에의 저글로 죽다 살아난 뒤 결승득점까지 올렸다.
작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는 좌익수 사토가 2차례나 연거푸 결정적 실책을 범해 한국팬들을 즐겁게 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본선리그로 거슬러 올라가면 5-5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1사만루서 홍성흔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3루수 나카무라가 무릎으로 드리블해준 덕에 한국은 간신히 7-6으로 승리했고, 끝내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정재우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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