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구를 오히려 한국이 보여줬다. 1회말 시작하자마자 3실점, 무사에 주자를 4차례나 내보내고도 득점연결은 단 한번. 일본은 나약함을 노출했다.
한국과 일본야구는 공히 강하다. 단, 일본이 시작부터 흐름을 뺏긴 점이 패인이다. 선발 다르빗슈는 초반 볼을 남발했는데 머릿속에 ‘잘해야만 된다’는 부담이 너무 강한 나머지 긴장했다.
1회 한국공격은 ‘일본야구가 하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줬다. 1번타자 이용규는 안타 뒤 2루 도루의 세밀하고 적극적인 야구를 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더 마음 편하게 임했고, 기백이 셌다.
1회 3점을 내는 장면은 오히려 일본이 그렇게 해야 될 야구였다. 에이스 다르빗슈가 1회 3실점한 시점에서 사실상 승부는 기울었다.
일본은 베스트를 다 쏟고도 또 졌기에 정말 아픈 패배다. 도쿄에서의 패배는 물론 지금까지 한국에 진 어떤 경기보다 더 아프다.
한국 선발 봉중근도 초반 긴장한 기색이었지만 베테랑답게 고비를 넘겼다. 오히려 도쿄에서 던졌을 때보다 구위 자체는 더 좋아보였다.
반면 한번 당했던 일본 타자들은 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을 받아서 더 역효과가 났다. 일본공격의 고민은 이치로가 묶이면 공격 전체가 막히는 대목이다.
이치로의 4타수 무안타가 가져온 타격은 상당했다. 일본은 19일 쿠바와의 패자결승전에 이와쿠마를 선발로 올릴 것으로 여겨진다. 쿠바를 이겨야 20일 한국전도 있는 것이다.
한국의 승인은 투수력이다. 더구나 한일전에선 내·외야 수비가 정말 잘했다. 한국은 경기를 할수록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투수력에만 의존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기세와 장타력까지 갖추고 있다.
조지마의 퇴장을 부른 윤석민의 바깥쪽 싱커는 일본야구라면 볼이겠지만 그곳은 미국이었다.
조지마는 일본야구에서처럼 스트라이크존을 봤고, 항의했다. 의사소통마저 제대로 안 됐으니 퇴장을 자초한 셈이다.
한국의 두 번째 투수 윤석민은 컨트롤과 다양한 구질이 좋았다. 한국벤치는 김광현까지 선발 3명을 쏟아 부었는데, 이 경기를 100% 잡고 가겠다는 강렬한 승리 의지가 읽혔다.
일본-쿠바 중 어디가 올라오든 한국은 4강을 확정한 만큼 4강전을 대비해 전열을 정비할 여유를 얻었다.
일본의 아쉬움은 타선이 심각할 정도로 못 치는 점이다. 투수진이 3-4점 내주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봤지만 너무 쉽게 아웃되고, 삼진을 먹었다. 장타력까지 결여돼 걱정스럽다.
도쿄 | 스포츠동아 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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