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월드컵 유치만 올인? 2026년 향해 뛰는 축구협회

  • 입력 2009년 3월 19일 08시 23분


대한축구협회가 실리를 택했다. 양다리를 걸치기보다 가능성 높은 한쪽에 올인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의 월드컵 유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부터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중으로 유치위원회를 설립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FIFA는 내년 12월, 2018년 및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을 동시에 결정하기로 하면서 16일까지 유치 등록서를 받았다. 한국을 포함해 11개 후보가 등록한 가운데 한국은 2022년 월드컵 하나에만 체크했다. 왜 2022년에 올인 하게 됐을까.

우선 블래터 FIFA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답이 나온다. 블래터는 대회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한 공동 개최 대신 단독 개최를 원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는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벨기에의 공동 개최에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2016년은 유럽 대륙 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로 몰아가겠다는 간접적인 표현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비롯 일본 호주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 신청했지만, 잉글랜드와 상대하기는 버겁다. 따라서 2022년에 힘이 실리는 것은 상식적인 판단이다.

대륙순환원칙이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2022년에는 아시아 또는 북중미가 유력하다. 아시아 쪽으로 넘어올 경우 승산은 높다. 일본은 현재 2016년 하계올림픽에 올인하고 있고, 호주는 시설이나 인구 등에서 한국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협회의 판단이다.

하지만 협회는 2022년도 북중미가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1994년 이후 북중미에서 월드컵이 열리지 않은 점, 이번에 미국과 멕시코 등이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점이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여의치 않을 경우 2026년까지 내다보고 유치전을 전개할 요량이다. 조 회장도 “2022년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만에 하나 안 될 경우에는 2026년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2026년까지 내다본 포석이다.

한편 월드컵 개최와 관련한 회의가 열릴 FIFA 집행위원회(19- 20일) 참석을 위해 18일 출국한 정몽준 FIFA부회장은 “유치위원회가 발족한다고 해서 내가 유치위원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며 “조직위원회가 세워지는 단계에 들어가면 생각을 좀 해봐야 하겠지만 꼭 위원장을 맡을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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