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여기는 샌디에이고!] 총력? 말어? 한일 4차대전 딜레마

  • 입력 2009년 3월 20일 07시 49분


‘딜레마’가 따로 없다.

숙명의 라이벌 대결이라 심정적으로는 필승이 절실하지만 보다 원대한 목표를 고려하면 승패에 따른 득실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잔뜩 힘을 쏟았다가는 자칫 준결승 토너먼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일정과 4강 대진 역시 미묘하게 작용할 수 있다.

20일(한국시간) 오전 10시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펼쳐질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색(WBC) 2라운드 1조 1위 결정전은 여러 모로 한국과 일본 모두에 부담스러운 일전이 돼버렸다.

일본이 19일 1조 패자 결승에서 쿠바를 5-0으로 꺾고 기사회생함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4차 대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 1위를 놓고 불가피해진 4번째 충돌에 따른 딜레마는 한국과 일본 모두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정서를 고려하면, 한국과 일본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경기다.

○싱거운 4차전?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껄끄러운 상대로 인식한다. 비단 야구뿐만이 아니다. 양국간 불행한 역사가 드리운 그림자는 다방면에 걸쳐 첨예한 대결구도를 형성시켜왔고, 특히 스포츠를 통해서는 전면전의 형태로 분출되곤 했다.

준결승 토너먼트에 대비한 전력 비축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1위 결정전에 굳이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한국으로선 상대가 제3국이었다면 필시 안전운행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20일 1조 1위 결정전은 4번째 한·일전이 되고 말았다. 19일 오전만 해도 대표팀 코칭스태프 내부에서는 “차라리 조 2위가 4강전 대진과 일정상 유리하다”는 말까지 오갔지만 일본이 1위 결정전 상대로 확정되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19일 쿠바를 꺾은 뒤 일본대표팀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한국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최종 라운드(결승)에서 한국과 격돌하기를 기대한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적 수준의 팀”이라는 식으로 에둘러 답하며 4번째 맞대결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았다.

천신만고 끝에 4강 티켓을 따냈지만 일본도 난감한 처지임을 짐작할 수 있다.

○1위 프리미엄은?

당연히 조 1위냐, 2위냐에 따라 경기일정과 4강 대진은 달라진다. 2조에서는 베네수엘라가 1위, 미국이 2위를 확정했다.

1조 1위는 홈팀 미국과 23일, 1조 2위는 22일 베네수엘라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결승전은 24일이다. 20일 한·일전 이후 1조 1위는 이틀을 쉬고 이틀 연속 준결승과 결승을 치러야 한다. 1조 2위는 하루 쉬고, 하루 경기를 하는 ‘징검다리’ 일정이다.

WBC에만 적용되는 한계투구수 규정을 고려하면 한국이든, 일본이든 오히려 조 2위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대신 1위에게는 상금 40만달러가 돌아간다.

○4강 상대는?

베네수엘라는 1·2라운드에서 미국과 3차례 맞붙어 2승1패로 앞섰다. 19일 2조 1위 결정전에서도 난타전 끝에 미국을 10-6으로 제압했다.

양팀 모두 메이저리거 일색의 강팀들이지만 베네수엘라의 화력이 더욱 막강하다. 다만 미국은 1회 대회부터 승패까지 뒤집었던 홈어드밴티지(주로 심판)의 수혜를 누려왔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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