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고교야구에서는 ‘원맨쇼’가 가끔 나온다. 화순고 2학년 홍건희(17·사진)가 그랬다.
홍건희는 20일 청원고와의 1회전에서 우익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0-0으로 맞선 6회초 1사 2루 위기를 맞자 마운드에 올라 삼진과 상대 도루 실패로 불을 껐다.
공수 교대 후 홍건희는 2사 만루에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결승 적시타를 쳤고, 9회에도 4-0으로 도망가는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타석에서는 2타수 1안타 3타점을, 마운드에서는 3과 3분의 2이닝 동안 5탈삼진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셈이다.
그는 “오늘처럼 3타점이나 올린 것은 처음이다. 사실 타자보다는 투수가 더 자신 있다”며 웃었다.
키 182cm, 몸무게 70kg인 그는 고교에 진학해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1년 남짓한 훈련 동안 직구 시속은 140km를 넘었고, 슬라이더도 예리해졌다. 될성부른 나무인 셈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KIA 윤석민 투수. 다양한 구질을 배우고 싶단다. 그래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도 꼼꼼히 봤다.
“우선은 4강이 목표고 우승도 하고 싶어요. 윤석민 선배도 만나고 싶어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