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연패했지만 그 직후 쿠바를 내리 이겼고, 이번엔 한국까지 이겼다.
‘한 번 지면 갚는다’가 일본식 야구관인데 부합되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
20일(한국시간) 순위결정전은 이기든 지든 4강에 올라간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보다 절박함이 덜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본도 물론 4강을 대비해 투수를 아끼는 쪽으로 갔지만 1-4번(이치로-나카지마-아오키-조지마)을 공격형 타순으로 꾸몄다.
동점 이후 공격도 돋보였다. 경기 전반에 걸쳐 번트, 주루 등 진지했다.
이것이 일본 스타일이다. 일본은 어느 게임이나 (마음가짐에서) 똑같이 하고 있다. 경기는 전부 이기겠다는 그 정신은 변하지 않고 있다.
비록 전승 우승의 꿈은 한국전 연패로 깨졌지만 그 충격과 실망감을 딛고 4강까지 올라왔다는 점이야말로 일본의 저력이다.
반면 한국은 수비 실수가 남발됐다. ‘이제 일본 정도는 이길 수 있다’란 일종의 방심이 작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어느 한쪽이 이겨도 서로 껄끄러운 관계다. 한국이 일본야구를 낮춰본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하다.
일본 좌완선발 우쓰미는 미국라운드 첫 등판치곤 공이 괜찮았다. 1회를 1점으로 끊어준 것이 컸다.
3회 이용규의 머리를 가격한 우쓰미의 볼은 고의로 맞히겠다는 의도는 아니라 본다. 고의라 여긴다면 그건 한국의 관점일 뿐이다.
우쓰미는 투구 스타일상 몸쪽에 그런 볼(위협성)을 던지지 못하면 바깥쪽 다른 공도 안 된다. 더구나 요미우리에서도 컨트롤이 나쁜 투수였다.
19일 한일전은 경기에 임하는 진지함에서 승부가 갈렸다. 그러나 한국의 아쉬운 점은 김광현의 8회 피칭이었다.
볼카운트 2-1에서 오가사와라 상대로 슬라이더를 던져 결정타를 맞았다. 바로 전에 몸쪽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고도 또 결정구를 슬라이더로 갔다.
김광현과 박경완 배터리는 ‘슬라이더가 맞으면 할 수 없다’란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직구, 그리고 컨트롤이 살지 않으면 슬라이더도 못 산다. 일본의 무라타는 4회 안타를 치고 달리다 근육통을 일으켜 4강전 이후는 힘들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베네수엘라(22일), 일본은 미국(23일)과 붙게 됐는데 누가 나은지 알 수 없다. 결승전이 한일전으로 성사될 가능성은 5:5라 본다.
도쿄 | 스포츠동아 일본통신원
[화보]영원한 맞수! 2009 WBC 한일전 명장면을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