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과 3분의1이닝 동안 빅리그 핵타선 ‘꽁꽁’ 한국이 10-2로 앞선 7회말 1사 1루. 윤석민(23·KIA)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다저스타디움의 4만3000여 관중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한화)은 일찌감치 “준결승 선발은 윤석민”이라고 발표했다. 대부분 왼손 에이스 류현진(한화)의 등판을 점치고 있던 상황에서 윤석민은 다소 의외의 카드였다. 윤석민은 이번 WBC에서 무결점 투구를 했다. 1라운드 중국과의 패자부활전 선발, 2라운드 멕시코와의 첫 경기 7회 중간 계투, 그리고 일본과 승자결승전에서 선발 봉중근(LG)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3경기에서 1승 2홀드. 9와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 0.00의 완벽한 투구였다. 결국 윤석민을 22일 베네수엘라전 선발로 낸 국민 사령탑의 선택은 ‘차선이 아닌 최선’이었다. 김 감독은 “윤석민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 베네수엘라 타자들이 오른손이 많아 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윤석민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7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김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윤석민은 지난해 14승 5패 평균자책 1위(2.33)에 오른 KIA의 에이스. 하지만 그동안 국제대회에서는 조연에 그쳤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는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 난조에 빠진 임태훈(두산)의 대체 선수로 합류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의 본선 첫 경기에 마무리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됐다. 이어 일본, 대만, 쿠바와의 경기에 중간 계투로 등판해 승리에 기여했다. 일본과의 4강전 마무리도 그의 몫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김광현(SK), 류현진의 호투와 이승엽(요미우리)의 극적인 홈런만 기억하지만 윤석민이 없었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없었을지 모른다. 윤석민은 이번 WBC에서도 ‘신(新) 일본 킬러’ 봉중근(LG)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96개의 공을 던진 그는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결승 무대에서는 더그아웃을 지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물러설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 항상 그가 마운드에 있었음을.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