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세계를 뒤흔든 ‘야구 코리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베네수엘라 루이스 소호 감독은 22일 한국에 참패를 당하고도 기자들과 긴 인터뷰를 했다. 1회 결정적인 실책으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보비 아브레우도 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한국적 시각으로는 아주 뜻밖이었다.
뉴욕 양키스 코치인 내야수 출신 소호 감독은 한국 야구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경기 전에 한 20일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소호 감독은 “비디오로 봤다. 한국은 스몰 볼을 하는 팀이다. 스몰 볼은 이기기 위한 야구다”라고 평가했다.
준결승에서 외형상 베네수엘라는 실책 5개로 자멸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보면 결국 한국의 스몰 볼에 게임이 꼬이기 시작했다. 선발 투수 카를로스 실바는 톱타자 이용규를 맞아 코너워크를 구사했다. 실바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지난 시즌 시애틀에서 153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3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용규에게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여기에 2개의 빗맞은 안타와 실책까지 겹치면서 무너졌다. 선발 투수는 1회가 가장 어려운 이닝이다. 특히 선구안이 좋은 톱타자와 승부가 길어지면 실점 위기에 몰린다. 이용규는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타자다.
흥미롭게도 한국은 장타력에서도 베네수엘라를 능가했다. 10안타 가운데 홈런 2개에 2루타 2개를 뽑았다. 1번부터 9번까지 메이저리그 타자인 베네수엘라의 9안타 가운데 장타는 카를로스 기옌의 홈런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한국 야구를 빅 볼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한국은 이번 WBC에서 스몰 볼을 바탕으로 예상치 못한 빅 볼 능력까지 보여줬다. 메이저리거들이 주축을 이룬 멕시코, 베네수엘라에 대승을 거둔 배경이다.
스몰 볼의 특징은 감독의 작전 지시를 선수들이 완벽하게 수행한다는 점이다. 벤치에서 나오는 번트, 히트앤드런, 도루 등이 의도대로 이뤄진다. 이번에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이 한국을 우승후보로 꼽은 데는 기본기와 스몰 볼 야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전에서 한국처럼 기본기가 잘돼 있는 팀의 스몰 볼은 상대하기가 난감하다. 결승에서 일본보다 미국이 쉬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