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 “MVP 받았지만…” 프로농구 PO탈락팀 사상 최초

  • 입력 2009년 3월 24일 08시 48분


“감독님께 죄송스러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이었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

이미 하루 먼저 5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주희정(32·안양 KT&G)은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이 열린 22일, 핸드폰을 통해 타 구단의 소식을 들었다. 팀 후배 김일두(26)는 한 쿼터가 끝날 때마다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인천 전자랜드나 창원 LG가 패한다면, KT&G가 플레이오프진출의 꿈을 이룰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마지막 문자는 “형, 우리가 떨어졌어.”

양희종(25)과 김일두의 부상과 캘빈 워너(29)의 대마초파문. 잇단 악재에도 주희정이 버텼기에 KT&G는 6강 문턱을 두드릴 수 있었다. 평균 38분37초 출장, 8.3개 어시스트, 2.3개 스틸(이상1위). 정규시즌 통산 최초로 4000어시스트와 6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신인상(1997-1998)과 챔피언결정전 MVP(2000-2001)는 이미 받았다. 김주성(30·원주동부), 양동근(28·상무)처럼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정규리그 MVP가 더 간절했다. 하지만 6강에 탈락하면서 그 꿈을 접었다. 동시에 핸드폰 전원도 껐다.

23일 아침, 핸드폰 전원을 켜자 축하메시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사상최초로 플레이오프 탈락 팀 선수가 MVP를 받는 이변이 일어났다. 주희정은 “마퀸 챈들러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의 덕”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트리플크라운의 꿈을 이뤘지만 새로운 시작일 뿐. 주희정은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해) 이상범 감독님께 죄송스럽다”면서 “빨리 잊고, 내년시즌에는 더 잘 팀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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