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골프는 비슷한 데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결과를 놓고 뒷말이 많다는 점이다. 2006년 US오픈에서 필 미켈슨은 최종 라운드 18홀을 남겨 두고 제프 오길비에게 1타 차로 앞서 있었다. 파만 하면 첫 US오픈 우승이었다. 그러나 미켈슨은 72번째 홀에서 더블보기를 해 오길비에게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넘겨야 했다. 미켈슨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바보였다(I'm such an idiot)”라는 말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미켈슨의 플레이를 두고두고 곱씹었다. 라운드 내내 드라이브가 페어웨이를 빗나갔는데 우승을 눈앞에 두고 왜 3번 우드를 놔두고 드라이브 티샷을 했느냐는 거였다.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7차전. 보스턴 선발은 페드로 마르티네스, 뉴욕은 로저 클레먼스였다. 보스턴 타자들은 클레먼스의 공을 공략해 5-2로 앞섰다. 2이닝만 막으면 대망의 월드시리즈 진출이었다. 하지만 마르티네스는 8회 들어 구위가 급격히 떨어졌다. 데릭 지터, 버니 윌리엄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이때 그래디 리틀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팬들이나 전문가 모두 투수를 교체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리틀 감독은 마르티네스를 다독인 뒤 그냥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보스턴은 마쓰이 히데키에게 2루타, 호르헤 포사다에게 빗맞은 2루타를 내줘 5-5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1회 에런 분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아 ‘밤비노의 저주’를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마르티네스가 뛰어난 투수이지만 경기 종반에는 구위가 현저히 떨어지고, 투구 수 100개가 넘으면 불안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 그러나 리틀 감독은 마르티네스를 밀어붙여 패장이 됐고, 구단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그를 해고했다. 리틀 감독이 투수 교체를 하지 않은 것은 지금도 메이저리그사에 ‘왜 그랬을까’로 남아 있다. 24일 한국과 일본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임창용이 연장 10회초 2사 2, 3루에서 스즈키 이치로와 정면 승부를 벌인 것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온통 ‘1루가 비어 있는데 왜 이치로와 승부했느냐’였다. 김인식 감독은 “볼넷을 줘도 좋으니 유인구로 승부하라고 지시했다. 포수 강민호는 알고 있었는데 투수 임창용은 사인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고의 볼넷으로 이치로를 걸렀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한민국 야구사에 남을 ‘그때 왜 그랬을까’의 장면이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