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윤은기] 태극전사는 국가브랜드 높인 영웅

  • 입력 2009년 3월 25일 07시 51분


이번 WBC대회는 아쉬움을 남긴 채 연장 10회에서 승패가 갈라지면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아쉬움에 탄식을 했을 것이다.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맞붙은 결승전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얻은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비통한 아쉬움이 아니라 가슴 뭉클한 감동이 살아있는 아쉬움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시름 국민에 희망 한가득

첫째, 경제 한파에 시달리고, 짜증스런 정치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한 것이 고마운 일이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야구에 비해서도 역사가 짧고 저변이 약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했다.

스포츠는 사회적 통합의 용광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고 마침 최악의 경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더욱 짜릿했다.

‘心 모으면 힘’ 자신감 심어줘

둘째는 선수, 감독, 응원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었을 때 얼마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쾌거였다. 마음을 합하면 합산효과가 아니라 상승효과가 나온다.

한국 야구는 미국 팀이나 일본 팀에 비해 선수 연봉이 수 십분의 일에 불과하다. 흔히 스포츠는 투자와 성과가 비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물질적인 투자 못지않게 정신력과 팀워크가 중요한 성공자원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비단 야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이나 경영에도 적용된다고 볼 때 우리는 이번 WBC대회를 통해 값진 교훈을 얻었다.

전세계에 국가브랜드 높인 쾌거

셋째는 국가브랜드를 높인 쾌거라는 점이다. WBC대회는 미국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주요국가로 중계 방송되는 게임이다.

이번 대회기간 내내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면서 방송 중계자들은 수없이 ‘코리아’를 외쳤고 화면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부각되었다.

또한 ‘한국은 놀라운 팀’, ‘한국 야구는 교과서와 같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데는 직접적인 국가 홍보나 그 나라 상품광고보다 스포츠가 훨씬 효과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가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8서울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경기에 힘입은 것이다. 국가브랜드가 좋아지면 그 나라 제품을 제값을 받고 세계시장에 팔 수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넥타이라도 ‘Made in Italy’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비싸게 팔린다.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이나 초일류 기업들은 기업브랜드를 높여서 상품을 팔지만 중소기업들은 자체브랜드가 약하기 때문에 국가브랜드가 좋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국가브랜드가 좋아지면 자국민이 다른 나라에 나갔을 때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가 그 사람의 이미지나 품격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결승까지 올라갔는데 우승을 못해 아쉽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준우승을 했으니 장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 선수단과 응원단이 코리아의 국가브랜드를 높여준 성과까지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한파에 시달리는 우리 국민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국가브랜드 가치까지 한껏 높여 주었기에 나는 그들에게 아낌없이 힘찬 박수를 보낸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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