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처럼 스포츠 지도자는 어딘가 불편해도 마음 편히 내색할 수 없는 고독한 존재다. 피 말리는 순위 경쟁 속에서 지난 주말 정규시즌을 마치고 이번 주말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는 프로농구에서도 그랬다.
동부 전창진 감독은 줄곧 선두를 달리다 시즌 막판 모비스에 추월당하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동틀 무렵에야 겨우 눈을 붙이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을 격려했고 코치들과 당구를 치며 기분전환을 이끌었다.
‘초보 사령탑’ KT&G 이상범 감독 역시 부상 선수가 쏟아져 애를 태우면서도 선수들 앞에서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이 감독은 “감독이 흔들리면 선수들은 더 동요하기 마련이다. 평소보다 더 웃고 살갑게 대했다”고 말했다.
명지대에서 프로에 처음 뛰어든 LG 강을준 감독은 “선배 프로 감독님들 정말 대단하다. 수명이 몇 년은 단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방문경기를 갔다 숙소에서 기절한 적도 있는 강 감독은 기복이 심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너희들 피부색은 나보다 훨씬 까맣지만 내 속은 그것보다 더 새까맣다”고 하소연하며 목욕탕에 데리고 가 마사지를 해주기도 했다.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역전패라도 한 날은 밥알이 모래알 같지만 선수들의 눈을 의식해 억지로 더 먹는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위해 책에 의지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다. 그게 바로 감독의 숙명인가 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