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원이니까 말 놔도 되지?”
산악인 박영석 대장(46·골드윈코리아 이사)은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길에 기자의 동행 취재가 결정되자 말부터 놓았다. 어쩌면 군대보다 더 엄격한 위계질서가 필요한 것이 원정대 세계. 대원 한 명의 실수로 전체 원정대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박 대장은 자신의 것을 내놔서 후배들을 키우는 대표적인 산악인이다. 대원 1명당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원정비 마련은 그의 몫이다. 강원 원주가 집인 이형모 대원(30)은 아예 박 대장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박 대장은 “산악계의 큰 업적을 세우는 것도 의미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후배들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박 대장의 원정대에는 젊은 산악인들이 항상 동행한다.
이번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 루트 개척에 나서는 원정대도 마찬가지다. 구자준 원정대장(59·LIG손해보험 회장)과 박 대장, 그리고 진재창 부대장(43)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원은 서른 살 전후다.
신동민 대원(35·식량)은 힘과 노련미에 발군의 요리 솜씨까지 뽐내는 재주꾼이다. 곱상한 외모의 강기석 대원(31·수송)은 2003년 로체(8516m) 등정에 성공한 실력파. 공수부대 출신인 이형모 대원(장비)은 사이클 마니아로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자랑. 김영미 대원(29·행정)은 국내 여성 산악인 중 오은선 씨에 이어 7대륙 최고봉에 오른 베테랑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10월 남서벽 도전에 함께했다. 지난번에는 11명이 도전했지만 이번은 7명이다. 인원이 줄어들면 할 일에 대한 부담이 더할 수밖에 없다. 박 대장은 “소수 정예 멤버다. 걱정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원정대 본진은 26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네팔 카트만두로 출발했다. 19일 현지에 도착한 선발대와 합류해 본격적인 등반에 나선다. 베이스캠프(5364m)에는 4월 초 도착 예정이다. 에베레스트 등정 코스 중 가장 어려워 마(魔)의 절벽으로 불리는 남서벽에 새 길을 내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 닻을 올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