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국제 대회에 프로 선수를 참가시킨 것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가 처음이었습니다. 드림팀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때부터였죠. 한국은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박찬호(필라델피아)를 앞세워 결승에서 아마추어로 구성된 일본을 13-1로 대파하고 6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박찬호를 비롯해 뉴욕 메츠에서 뛰던 서재응(KIA), 김병현, 임창용(야쿠르트), 이병규(주니치), 김동주(두산), 홍성흔(롯데) 등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지요. 당시 ‘합법적인 군 면제’를 받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최종 명단에 포함됐던 당시 삼성 소속의 강동우가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을 당해 중도 탈락하자 그 대신 자신을 뽑아달라는 선수들의 민원이 줄을 잇기도 했습니다.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군 문제 해결은 최고의 ‘당근’입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배경에 군 면제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해외 언론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병역 면제 혜택이 없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보도를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3년 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진출했던 한국은 이번에는 ‘8강 전력’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결승까지 갔습니다. 그 결과 요즘 별로 즐거울 일이 없는 국민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 선수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주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2006년에는 4강으로도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병역 면제를 기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2007년 말 병역법 시행령을 고쳐 WBC 4강과 월드컵 16강을 군 면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데 있습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외에는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였죠. 2년도 안 돼 다시 법에 손을 대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습니다. 선수들에 대한 보상이냐 아니면 ‘법대로’ 원칙을 지키느냐. ‘WBC 결승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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