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욕이냐, 수성이냐.’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가 27일 처음으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와 함께 공식 훈련을 했다.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둘은 인사는커녕 서로 외면했다. 한 번씩 힐끔 뒤돌아보기만 할 뿐이었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경기가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센터에서 쇼트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 둘 다 절정의 기량, 승부 예측 힘들어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아사다가 우승했다. 3위를 했던 김연아는 이번엔 도전하는 입장이다.
일본 주니치스포츠의 나카야 히데키 기자는 “이번 시즌 김연아와 아사다의 맞대결 성적은 1승 1패다. 이번에도 막상막하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의 줄리엣 마커 기자는 “두 선수의 훈련을 지켜보면 자신감이 넘친다. 김연아와 아사다를 제외하고는 우승 후보를 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2003년 세계피겨선수권 우승자이자 미국 NBC방송의 해설위원 미셸 콴도 “김연아와 아사다는 누가 우세하다고 예상하기 힘들다. 스타일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 심판 판정이 변수
김연아는 최근 대회에서 롱에지(잘못된 날을 사용한 점프)와 어텐션(에지 주의) 판정을 받았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지만 이번 대회도 심판 판정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논란을 의식한 듯 여자 싱글에서 한국과 일본 심판을 제외했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있다. 김연아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는 캐나다, 아사다의 코치 타티아나 타라소바는 러시아 출신. 세계 피겨계는 러시아-동유럽, 북미-서유럽으로 판세가 나눠져 선수와 심판의 국적이 알게 모르게 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자 싱글 심판 13명 가운데 6명은 동유럽권 출신이고 서유럽과 북미는 4명이다.
이날 열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선 에번 라이사첵(미국)이 159.53점을 얻어 합계 242.23점으로 세계선수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의병장 후손인 데니스 텐(카자흐스탄)은 시니어 데뷔전에서 8위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