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내적으로도 자신감이 충만해졌고, 돔구장 건립을 비롯한 인프라 개선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동력이 확보됐다.
여러모로 야구붐 조성과 야구 발전을 위한 주변 여건은 한층 성숙해진 분위기다.
그러나 한국 야구에는 아직도 보다 냉철한 현실인식과 치밀한 장기 플랜이 필수적이다.
국민적 관심을 맹신하거나, 인프라 개선에만 몰두하다간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대명제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은 언제든 식을 수 있고, 인프라 개선은 돔구장 하나 짓는다고 완수되거나 단기간에 걸쳐 성과를 낼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내실 있는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노력이 급선무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이번 WBC만 보더라도 준우승이라는 성과 이면에는 여러 불안요소가 도사리고 있었다.
대표팀 구성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는 확연했다.
불펜에는 개점휴업이나 다름없이 헛심만 쓴 투수들이 널려있었고, 야수중에도 국가대표급 기량에는 못 미치는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벤치멤버들이 대거 나선 20일(한국시간) 2라운드 1조 1위 결정전에서 제대로 힘 한번 못쓰고 일본에 패하고, 24일 결승에서 주전 상당수가 대타와 대주자로 교체된 경기 종반 이후 투타에 걸쳐 중량감이 확연하게 떨어진 이유다.
확실히 한국 야구가 강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3년 전 제1회 WBC에서 일본을 2차례나 격파해 4강 신화를 달성하고도 “일본은 비슷한 수준의 대표팀을 몇 개 더 만들 수 있지만 한국은 힘들다”고 토로했던 김인식 감독의 평가를 재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지난 3년간 한국 야구의 저변은 얼마나 확대됐는가.
당장 프로의 젖줄격인 고교팀과 선수 수만 따져도 의미 있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또 프로야구도 구단 수가 줄어들 위기는 겪었어도 제9, 10구단이 창단된다는 소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거둔 호성적은 분명 자신감이라는 무형의 소중한 자산을 안겼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험난하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화보]영원한 맞수! 2009 WBC 한일전 명장면을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