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얼굴에서는 아쉬운 표정이 묻어났다. 김연아(19·고려대)와 함께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동갑내기 김나영(인하대). 그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80.00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51.50점)를 합쳐 131.50점으로 17위에 올랐다.
자신의 역대 최고점(158.49점)에는 못 미쳤지만 허리와 무릎이 아픈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순위(19위)도 끌어올렸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그는 자신의 시즌 최고점을 받았다. 믹스드존(인터뷰 통로)에서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사실 그는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와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계속된 점프 실수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4대륙 대회를 마치고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바꾸는 모험을 감수했다.
17위로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그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24명의 선수 중 7번째로 나섰다. 한 달을 연습해 이번 시즌 처음으로 들고 나왔다. 배경음악 ‘닥터 지바고’에 맞춰 트리플 플립과 더블 토루프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그는 6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을 뛰다 넘어졌고 더블 악셀을 싱글로 처리했다.
김나영은 “완벽한 프로그램을 위해 음악과 점프 구성을 바꿨는데 실수를 했다. 하지만 점프가 안 될 때는 스핀이나 연기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김연아에 가려져 있지만 김나영도 2년 연속 세계선수권에서 20위안에 들어간 뛰어난 선수다. 저평가 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 김나영은 다음 달 1일부터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트리글라프 트로피대회에 나선다.
로스앤젤레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