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가 섰다.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눈에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여왕의 등극을 도와준 사람들이 있다.
○ ‘요정’을 만나 ‘여왕’을 만들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 데뷔를 준비하고 있던 2006년 5월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클럽 빙상장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 수석코치였던 오서 코치와 처음 만났고 6개월 뒤 ‘공식 제자’가 됐다.
오서 코치는 세계 정상급 선수였다. 캐나다선수권대회를 8연패했고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1984년 예테보리, 1988년 자국에서 열린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잇달아 은메달에 그쳤다.
김연아는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오서 코치는 내가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이날 경기 직전 피겨 ‘명예의 전당’ 헌정식을 치러 겹경사를 누렸다.
○ ‘1인 다역’ 그림자로 13년을 살다
김연아가 눈물을 흘릴 때 어머니 박미희 씨(52)도 울었다. 이제는 김연아를 위한 전담 코치뿐 아니라 물리치료사, 매니저, 운전사까지 있지만 딸이 유명해지기 전까지 이 모든 일은 어머니 몫이었다. 김연아가 여섯 살 때인 1996년 집 근처 경기 과천시민회관에 실내 빙상장이 생겼다. 취미 삼아 딸에게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게 했던 엄마는 “이렇게 재능 있는 아이는 처음 본다”는 말에 ‘피겨 맘’으로 변신했다.
김연아는 한때 계속되는 부상으로 은퇴까지 생각했다. 그가 피겨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딸을 최고의 선수로 만들겠다는 어머니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김연아 전담팀’ 밴쿠버 금을 향해
김연아는 유창한 영어 인터뷰로도 화제를 모았다. 김연아가 별도의 영어 과외를 한 것은 지난해 9월이 마지막. 하지만 주로 캐나다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김연아에게 캐나다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훈련을 했고 코치를 만났다. 이제 그의 목표는 내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왠지 가깝게 느껴진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동아일보 김동욱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김동욱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