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라이벌은 ‘연아’ 였다

  • 입력 2009년 3월 30일 07시 56분


김연아, 주무기 쇼트 더 강해지고 프리 기술도 ‘UP’…디펜딩 챔프 아사다 마오에 예상밖 ‘싱거운 승리’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28일(한국시간)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이 열리기 전 국내외 언론의 포커스는 김연아-아사다 마오의 한·일 라이벌전이었다. 미국 유일의 전국지 USA투데이, 뉴욕타임스도 둘의 대결에 초점을 맞출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가 사상 최고 점수인 76.12포인트를 얻고, 아사다가 66.06포인트로 3위에 그쳤을 때만 해도 일본 기자들은 29일 프리 스케이팅에서 대역전극도 예상했던 게 사실이다. 아사다는 쇼트 프로그램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전반부는 잘했지만 후반부가 만족스럽지 못한 연기였다. 내일은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29일 아사다의 프리 스케이팅을 보면 실제로 가산점이 높은 고난이도 기술이 포함돼 있다. 트리플 악셀-더블 토로프에 이은 트리플 악셀이다. 그러나 이날 2번째 연기였던 트리플 악셀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감점을 당해 사실상 김연아와의 승부는 멀어졌다. 디펜딩챔피언 아사다로서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가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김연아와의 라이벌전 패배는 물론이고 메달권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4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조아니 로셰트와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안도 미키에게도 밀렸다.

하지만 김연아-아사다의 승부는 끝난 게 아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장군 멍군이나 마찬가지다. 아사다가 2008년 챔프이고, 김연아는 2009년 챔피언. 다만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상승세를 잡았다는 점에서 김연아가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

그동안 둘의 장점과 단점은 뚜렷했다.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강했고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주무기로 한 프리 스케이팅에서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 점수를 얻은 데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마저 경쟁자들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며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제 2008-2009시즌은 막을 내렸다. 앞으로 11개월 후 밴쿠버에서 두 동갑내기가 어떤 변신으로 새롭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이대로라면 김연아의 라이벌은 자기 자신이다.

LA|문상열 통신원

[화보]김연아 세계선수권대회 세계新 우승 현장

[화보]김연아 ‘환상 연기’…쇼트 세계新 작성 현장

[관련기사]200점대 유지해야하는데 ‘높은기대’ 살짝 걱정

[관련기사]캠퍼스-광고-훈련 찍고 5월10일 토론토행

[관련기사]‘미소천사’ 연아, 눈물 펑펑…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