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후반 7분 중앙 수비수 황재원이 어이없는 헤딩 자책골을 넣고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자 호통을 치는 대신 박수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2-1역전승을 거둔 뒤 라커룸에 들어선 후에도 허 감독은 황재원의 어깨를 감싸며 공격수들을 향해 “너희들이 하도 골을 넣지 못하니까 (황)재원이가 먼저 득점한 거 아니냐”는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잔뜩 긴장해있던 선수들의 얼굴에도 그제야 웃음이 번졌다.
그러나 이는 작은 에피소드일 뿐, 허 감독의 주 포커스는 겨우내 소속팀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공격수 이근호에게 맞춰져 있었다.
1-1 동점이던 후반 25분 기성용이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 당초 차기로 했던 정성훈이 공을 들자 허 감독은 이근호와 키커를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근호는 이를 결승골로 연결했고, 필드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며 기뻐했다.
허 감독은 “일부러 많이 뛰게 했는데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는 견해를 보였고, 이근호는 “믿어주신 감독님께 감사한다. 북한전에선 꼭 필드골로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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