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화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55·사진)가 3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태권도연맹(WTF)과의 화합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최 총재는 ITF를 창설한 고 최홍희 장군의 아들. 박정희 정부와의 갈등으로 캐나다로 망명한 아버지를 따라 1974년 한국을 떠난 뒤 최근에야 우리 정부로부터 입국 허가를 받았다.
세계 태권도계를 이끄는 WTF와 ITF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립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북한이 ITF의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두 단체의 갈등은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최 총재의 화합 제의는 태권도계에 분명 희소식이다. 한 태권도 관계자는 “이번 제의는 종주국으로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외부 상황과 계파 갈등 등 내홍을 겪는 어려움까지 동시에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WTF는 ITF의 러브콜에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우선 WTF로서는 ITF가 내부적으로 정리도 안 된 상황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견해다. 최 총재가 불법 조직이라 주장하는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북한 ITF 조직도 무시하긴 힘들다는 생각인 것.
ITF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정착할 경우 생길 혼란도 WTF 시각에선 부담이다. 실제 몇몇 WTF 관계자는 “우리는 ‘잃을 게 없는 상황’인데 ITF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WTF도 ITF의 화해 제스처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창설자의 아들 겸 102개 가맹국을 이끄는 수장인 최 총재를 내치는 것은 작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태권도계 내분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정부 측으로부터 일종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WTF로선 해외 출장 중인 조정원 총재가 귀국하는 3일이 입장 정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