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번 시리즈를 (이)규섭 형과 저의 대결로 몰아가는 거죠?”
3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창원 LG와 서울 삼성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 3차전. 경기 전, LG 기승호의 표정에는 부담감이 역력했다. 기승호는 정규시즌에서 삼성 이규섭과의 대결에서 완승하며, 팀의 삼성전 4승(2패)을 이끌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이규섭에게 완패를 당했다. 팀도 시리즈 2연패. 프로 초년생으로서 온전히 감당하기 힘든 심적 압박이 있었다.
LG 선수들은 후배의 짐을 덜어주고자 하는 결의가 대단했다. 베테랑 조상현은 “이상민, 이규섭, 강혁 등 삼성의 베테랑들이 확실히 노련했다”며 “우리도 노장들의 해줘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1차전에서 허리부상을 당해 2차전에 결장한 전형수는 “오늘은 절대 쉴 수 없다”면서 “허리가 끊어져도 뛰겠다”고 했다. 이현민(12점·5리바운드·8어시스트) 역시 “감독님이 가드진에서 완패했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눈망울을 밝혔다.
이규섭 수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기승호가 2쿼터 중반 4반칙으로 몰렸지만, 이 날 경기만큼은 형들이 제 몫을 해줬다. 4쿼터 종료 4초전까지 70-71로 뒤졌던 LG는 브랜든 크럼프의 자유투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연장에서는 팀의 허리가 되기 위해 자신의 허리를 내놓은 전형수(7점·5어시스트)가 부상 투혼을 펼쳤다. 전형수는 77-77 동점이던 연장 1분29초, 3점포를 작렬시켰고, 83-81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종료 6초전에는 아이반 존슨의 결정적인 골밑슛을 어시스트했다. 결국 LG의 85-81 승리. LG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사상 초유의 2연패 뒤 3연승에 도전하게 됐다. 양 팀의 4차전은 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