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부드럽게 다독이며 솔선수범 주장 맡은 UAE전이후 4연속 무패 대나무는 부드럽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 다른 나무는 꼿꼿이 버틴다. 하지만 그 강함 때문에 부러지기 쉽다. 대나무는 땅에 닿을 듯 휘지만 부러지지 않는다. 때로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압도한다. 축구대표팀 캡틴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대나무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변화시키고 있다. 박지성이 주장을 맡은 뒤 한국은 이날까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예선 4경기에서 무패(3승 1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해 10월 15일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부터 김남일(빗셀 고베)에 이어 주장 완장을 찼다. 당시 대표팀은 주장 선임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허정무 감독은 이영표(도르트문트)에게 주장을 맡기려 했지만 다른 스태프들은 박지성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허 감독은 “박지성은 그냥 놔두면 맡은 역할만 하고 임무를 주면 적극적이다”는 스태프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완장을 찬 박지성은 경기 때마다 후배 선수들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가르쳤다.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빅리거의 솔선수범에 다른 선수들도 혼신을 다해 뛰는 효과가 나타났다.
1일 북한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김치우(서울)는 “지성 형은 주전 선수들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을 더 챙겨준다. 이런 점이 후배들에게 많은 점을 느끼게 해줬다. 팀이 점점 단합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기성용(서울)도 “남일이 형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남일이 형이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이끈다면 지성이 형은 부드러운 스타일로 선수들을 다독여 준다”고 밝혔다. 박지성의 리더십은 대표팀이 위기에 몰리더라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로 만들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