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야 산다 vs 믿어야 산다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프로배구 챔프전서 또 만난 동갑내기 명장 ‘극과극 리더십’

“독해야 살아남는다.”(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믿으니 통하더라.”(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프로배구 두 ‘명장(明匠)’의 생존법이다. 김 감독은 경기의 승패에 따라 얼굴에 희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수하는 선수에게 즉석에서 호통을 치는 건 기본이다. 승리가 확정되면 코트에 벌렁 드러눕는 열혈남아다. 신 감독은 경기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작전 타임을 불러도 “연습하던 대로 하라”고 짧게 말하는 게 전부다.



두 감독은 54세 동갑내기다. 김 감독은 ‘컴퓨터 세터’로 불렸고 이탈리아 리그에서 감독을 지낸 스타플레이어 출신. 신 감독은 1995년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겨울리그 10회 우승을 이끈 대기만성 지도자다.

2005년 프로 리그가 시작된 후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두 차례씩 챔피언에 올랐다. 두 팀은 5일부터 열리는 2008∼2009 리그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에서 다시 맞붙는다. 두 명장이 생각하는 배구와 리더십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신치용=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선두를 독주하더군. 주전이 모두 국가대표니 그럴 수밖에. 우리는 대부분 30대 노장이어서 2위도 대단한 거야.

▽김호철=삼성화재는 조직력이 최고잖아. 노련한 선수들이 리시브와 토스 등 기본기가 탄탄하니 무서울 게 없지.

▽신=최태웅과 석진욱, 손재홍 등 노장들이 몸을 날리며 공을 잡을 정도로 솔선수범해줘 고마워. 이렇게만 한다면 내년에도 지금 멤버들과 무조건 같이 갈 거야.

▽김=우리 팀은 잘하다가 가끔 느슨한 플레이를 하는 게 문제야. 내가 ‘호통 감독’으로 불리는 것도 안 해도 될 실수를 자꾸 하니까 그런 거지. 나는 독한데 선수들은 너무 순해.

▽신=선수를 믿는 게 중요해. 예전에는 윽박지른 적도 있지만 이젠 믿고 맡기니 알아서 잘해주더군.

▽김=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했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이야. 어떤 팀 모 세터는 자신의 역할인 볼 배급은 않고 자기가 스파이크를 때리더군. 그러니 팀이 잘될 턱이 없지.

▽신=농구는 개인 드리블이 필요하지만 배구는 팀워크가 절대적이지. 배구 감독의 역할은 좋은 리더가 되는 것보다 멤버십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우리 선수들은 현대캐피탈을 만나면 유독 열심히 뛰더군. 선의의 라이벌이어서 그런 것 같아.

▽김=우리는 높이가 좋고 삼성화재는 수비가 뛰어나.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어느 팀이 강점을 살리느냐가 승부처가 될 거야. 잘해 보자고.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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