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통신]운좋게 3시간 만에 비행기 탑승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창문밖 구름위 설봉들 장관 연출

-네팔 루클라공항 도착

지난해 가을 에베레스트로 가는 관문인 네팔 루클라 공항에서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경비행기 한 대가 절벽에 위치한 공항 활주로에서 고도를 너무 낮추는 바람에 절벽과 충돌했던 것. 승객과 승무원 16명이 사망했고, 기장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아찔했던 것은 지난해 박영석 에베레스트 서남벽 원정대 취재 담당 대원들이 사고 비행기 바로 다음 편으로 루클라에 도착했다는 것. 박영석 대장(46·골드윈코리아 이사)은 “하마터면 원정대 일부가 네팔의 절벽 아래서 유명을 달리할 뻔했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얄궂게도 이 얘기를 루클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기자에게 말해줬다. 그는 낯빛이 변한 기자에게 “인명은 재천(在天)”이라며 웃었다.

지난달 31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새벽밥을 지어먹고 오전 6시 15분 비행기를 타려고 미명(未明)을 뚫고 공항에 갔지만 남은 것은 하염없는 기다림이었다. 연착은 기본이요, 결항은 옵션인 게 루클라로 가는 항공편이었다. 수천 m의 산 사이에 활주로가 있는 탓에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조금만 안 좋아도 비행기를 탈 수 없다. 하지만 이날은 ‘매우 운이 따라서’ 3시간만 기다린 끝에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17인승 쌍발 프로펠러 경비행기(부장, 부기장, 스튜어디스 각 1명 포함)는 흡사 고속버스 같았다. 통로 양쪽으로 7명씩 승객이 앉았고 스튜어디스는 솜뭉치와 땅콩사탕을 나눠줬다. 솜은 돌돌 말아 귀마개로 쓰라는 것이었다.

첩첩산중 절벽 사이로 나는 경비행기에서 바라본 풍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창문 밖으로 구름 위의 히말라야 설봉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에 수십 m씩 비행기가 뚝 떨어질 때는 오금이 저렸다. 그렇게 30분 만에 루클라 공항에 도착했다.

10년 전만 해도 루클라 공항 활주로는 흙 밭이었다. 활주로에는 주민들의 통행이 자유로웠고, 경보음이 울려 사람들이 비켜나면 비행기가 이착륙했다. 가끔 활주로에 있는 소를 이동시키지 못해 비행기가 공항 상공을 빙빙 도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단다. 하지만 최근에는 히말라야 고봉에 오르려는 전문 산악인뿐 아니라 트레킹을 즐기려는 사람들까지 몰려 한적한 산골 마을의 풍경이 변했다. 활주로엔 아스팔트가 깔렸고 철망이 세워졌다. 로지(Lodge·네팔식 산장)도 늘어났다.

한 로지에서 한 잔의 밀크티로 숨을 돌리고 바로 출발했다. 루클라(해발 2860m)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까지 고도차는 2504m. ‘백두산 정상(2744m)’과 비슷한 루클라에서 다시 백두산 하나를 포개 놓은 높이인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는 것이다. 고도 적응을 위해 약 1주일 동안 천천히 오를 예정이다. 박 대장은 “이제 히말라야 땅을 밟았다. 원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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