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보다 꼴찌팀 예상이 더 어려웠다. 그만큼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다는 뜻이다. 각 구단 단장·감독·주장들에게 최하위팀 예상을 부탁했던 스포츠동아는 무기명으로 싣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응답자 24명 중 7명은 “도저히 한 팀을 꼽을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가장 많이 거론된 팀은 8명이 최하위로 예상한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이 복귀하긴 했지만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어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단장은 “아무래도 포수가 약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감독’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화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삼성은 예상 외로 많은 3표씩을 얻었다. 하지만 김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이 직접 “4강에도 들 수 있고 꼴찌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한 표씩을 던진 탓도 컸다. 지난해 우승팀 SK도 2표를 받아 눈길을 끌었는데, 역시 SK 김성근 감독이 ‘엄살’ 차원에서 소속팀의 이름을 댔기 때문. 나란히 SK를 지목했던 한 선수도 “정말 SK를 꼴찌로 예상한다기보다는 어떤 팀이라도 꼴찌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KIA와 LG가 각각 1표씩을 얻었고, 두산과 롯데는 단 한 명도 꼴찌 후보로 거론하지 않는 영광(?)을 안았다.
한편 한 팀을 지목하지 못한 응답자들은 대부분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이유를 들었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과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은 나란히 “어떤 팀이든 우승할 수 있고, 어떤 팀이든 최하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LG 김재박 감독은 “우리 프로야구 제도상 4강에 들지 못하면 모두 최하위나 다름없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