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이 본 김광현의 난조 이유 “김광현, 마음의 밸런스 무너졌다”

  • 입력 2009년 4월 6일 07시 56분


신인 때도 자기관리 잘했는데 올림픽때 부터 도취돼 버렸어

SK 김성근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김광현에게 가타부타 말이 없다. 무언의 침묵은 김 감독 특유의 질타 방식이다.

개막 선발도 불발될 정도로 페이스가 떨어져 있지만 불펜 피칭조차 지켜보지 않고 있다. 거의 방임 수준이다. 김 감독 스타일로 미뤄 지극히 이례적이다.

김광현 질문만 나오면 김 감독의 답은 짧아진다. “모르겠다”, 아니면 “김광현한테 물어봐라”다. 7일부터 시작되는 광주 KIA 3연전에 동행하는 것만 확정됐을 뿐, 언제 등판할지 선발인지 불펜일지조차 미정이다.

5일 경기 직전 김광현이 화제에 오르자 김 감독은 “워낙 공사다망하셔서”라고 냉소를 담아 말문을 열었다. 김광현의 체중 감소와 구위 저하의 원인으로 김 감독은 두 가지를 꼽았다. “마음의 밸런스가 무너졌고, 치통으로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은 신인 시절부터 ‘자기주관’이 서 있었다. 계획을 세우면 지킨다. 그러나 작년 올림픽부터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도취돼 버렸다. 투수는 하루아침에 망가져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월까지 몸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데다 WBC에 맞춰 급속도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려다가 오버 페이스가 왔다는 진단이다. 여기다 어금니 임플란트를 했는데 통증이 발생해 식사하는데 불편까지 겹쳤다.

치아의 아픔은 어깨와 머리까지 전이됐고, 투구 밸런스에 악영향을 끼쳤다. 치료가 마무리 단계인 김광현은 마우스피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4일엔 외조부상까지 당했다. 그러나 불펜피칭을 마치고서야 상을 치르러 떠났다. 5일 복귀한 김광현은 경기 전 김 감독에게 인사를 했지만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

김광현을 두고 김 감독은 “류현진보다 더 커질 수 있는 투수”, “한번 침체되면 오래 가는 투수”라고 평했다.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최근의 김광현이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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