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 동갑 ‘염-전’ 이젠 지도자로

  • 입력 2009년 4월 6일 08시 04분


염종석-전병호 ‘눈물의 은퇴식’

삼성 전병호가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서 앞서 은퇴식을 가진 뒤 마운드에 입맞춤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작은 사진은 전병호와 함께 나란히 은퇴하는 롯데 염종석.

1973년생 동갑내기 롯데 염종석과 삼성 전병호가 5일 나란히 홈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했다.

이들은 고향팀에 입단해 고향팀에서 유니폼을 벗은 프랜차이즈 스타. 구단도 팬들도 이들의 은퇴식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아낌없이 뜨거운 기립박수로 마지막 순간을 축하해줬다.

염종석은 1992년 부산고를 졸업한 뒤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첫해 17승을 올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슈퍼스타로 올라선 뒤 17년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날 사직구장 마운드에 입맞춤을 하며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하는 순간 수술과 재활로 힘들었던 세월, 영욕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으리라.

전병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96년 영남대를 졸업한 뒤 강속구로 무장했던 그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하며 13년간 마운드를 지켰다.

130km가 될까말까한 직구로도 타자를 제압하는 그에겐 ‘예술구를 던지는 사나이’,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전병호는 이날 은퇴식에 앞서 “나도 저기서 몸을 풀어야하는데”라면서 삼성 투수들이 대구구장 그라운드에서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염종석은 통산 356경기에 등판해 93승 133패 14세이브 방어율 3.76, 전병호는 통산 431경기에 등판해 72승 55패 5세이브 17홀드 방어율 4.43의 성적을 올렸다.

비록 꿈에 그리던 100승을 달성하지 못하고 무대를 떠났지만 팬들은 그들의 도전을 함께 지켜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식목일 날에 이루어진 은퇴식. 이들은 이제 지도자로서 새로운 꿈과 희망을 심기 위해 힘찬 출발선상에 섰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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