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머리가 아픈 걸 보니 내가 복귀한 게 맞나봅니다.”
5일 사직구장. 김시진(51) 히어로즈 감독은 전날의 개막전 역전패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경기를 하고 나면 잠도 잘 안 오거든요.” 옛 팀 감독으로 돌아온 후 첫 경기. 내심 욕심이 났던 데다 수차례 득점 기회를 놓치고 졌으니 더 아쉬울밖에. 부쩍 흰 머리카락이 늘어난 듯도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경기감독관을 할 때는 객관적인 입장으로 지켜보면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고 믿었죠. 그런데 막상 또 감독이 되니 예전과 다를 바가 없네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하나씩 되짚어보면서 “우리 팀이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어요”라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시 그랬다. 히어로즈는 이날 초반부터 승기를 잡더니 10-1 대승으로 감독 복귀 첫 승을 일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빨리 첫 승을 만들어주려고 열심히 뛰어준 게 눈에 보였다.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전날 팀이 패했을 때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줬다. 고맙다”고 했던 김 감독이었다. 더 큰 의미도 있다. 2007년 10월5일 수원 한화전에서 김 감독의 현대 시절 마지막 승리를 일궜던 김수경이 복귀 첫 승까지 도왔다는 점이다. 김수경도 “감독님 첫 승을 내가 해드릴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했다.
사직|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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