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인비테이셔널 최종일… 8버디쇼 이태규, 8년 무명 마침표

  • 입력 2009년 4월 6일 08시 29분


프로 8년차 이태규(37·슈페리어)가 한국프로골프(KPGA) 개막전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1차 대회(총상금 4억원)에서 무명 반란으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태규는 5일 중국 광저우 동관힐뷰 골프장(파72·701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는 2개로 막고, 버디 8개를 뽑아내는 뒷심으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허인회(22)와 최인식(26·우리골프), 리처드 모이어(호주)를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이태규는 2002년 프로 데뷔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부 투어를 전전하다 2008년 코리안투어 Q스쿨에 응시해 20위로 통과했지만 작년 최고 성적은 신한동해오픈에서 거둔 15위다. 상금랭킹도 69위에 머물렀다.

무명이던 이태규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KPGA 투어의 새로운 강자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KPGA 투어는 개막전부터 무명 돌풍이 이어지며 새로운 볼거리를 낳았다.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10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태규는 신들린 샷을 뿜어내며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1번홀(파4)을 보기로 출발하며 ‘톱10’도 힘들어 보이던 이태규는 바로 다음 홀부터 샷이 폭발했다.

2번, 3번, 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 기세를 올렸고, 6번홀에 이어 8번, 9번, 10번홀에서 다시 3연속 버디를 터뜨리며 순식간에 리더보드 상단을 꿰찼다. 13번홀(파4)에서 보기로 주춤했지만, 이어진 14번홀(파3)에서 버디로 만회해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연장전을 대비해 퍼트 연습에 몰두한 이태규는 간간이 경쟁자들의 플레이 장면을 지켜보며 차분하게 기다렸다.

모이어는 데뷔전 우승을 넘봤지만 뒷심부족을 드러내며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외국인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자답게 2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선 무어는 최종 라운드에 나서기 전 2위 그룹에 2타 앞서 우승을 낙관했지만 이날 극심한 부진 끝에 첫 우승의 기회를 날렸다.

모이어는 17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핀 1.2m에 붙여 공동 선두로 올라설 기회를 맞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OK’(컨시드)를 줘도 무방할 짧은 거리였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3m 버디 기회를 잡아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어갈 수 있었지만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공동 2위에 만족했다.

그러나 모이어를 비롯해 작년 삼성베네스트오픈 우승자 앤드류 매킨지(호주) 등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은 2009 시즌 국내 필드에 외국인 선수들의 돌풍을 예고했다. 지난해 총 20개 대회에서 외국인 선수 우승은 3차례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 더 많은 우승컵이 외국인 선수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런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배상문(23)은 타이틀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8언더파 280타로 중국의 간판스타 장 리안웨이, 박도규(39·르꼬끄골프), 박재범(27·우리골프)과 함께 공동 6위로 경기를 마쳤다. 4년 만에 우승 도전에 나선 최광수(49·동아제약)는 이날만 3타를 까먹어 공동 10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부터 개최된 한·중투어는 4월 중국 개최에 이어 9월 국내에서 2차 대회가 열린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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