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챔프전 1승1패
2-2로 맞선 5세트. 줄곧 앞서가던 흥국생명은 14-13으로 자칫하면 듀스를 허용할 위기를 맞았다. GS칼텍스 세터 이숙자의 서브는 네트에 살짝 걸치며 흥국생명 진영으로 넘어갔다. 카리나 오카시오(35득점)의 리시브는 약간 불안했다. 그러나 세터 이효희는 망설임 없이 왼쪽으로 공을 올렸다. 왼쪽에는 한송이(14득점)가 있었다. 한송이가 뛰어오르자 상대 코트에선 정대영(11득점), 배유나(9득점), 나혜원(7득점)이 동시에 뛰어올랐다. 한송이의 스파이크는 나혜원의 팔에 맞고 코트 바깥으로 떨어졌다. 터치아웃. 흥국생명의 승리가 확정되자 한송이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흥국생명이 6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카리나, 김연경(23득점), 한송이의 활약을 앞세워 GS칼텍스에 3-2(25-15, 22-25, 17-25, 25-20, 15-13)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1승 1패를 기록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어창선 흥국생명 감독대행은 경기 뒤 “한송이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손가락 부상으로 빠진 황연주를 대신해 레프트 한송이를 기용했다. 한송이는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한국도로공사에서 이적했다. 시즌 초반 허벅지와 발목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았다. 부상에서 회복된 뒤에도 원래 위치인 레프트에 서지 못하고 라이트와 센터를 오갔다.
한송이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수비연습에 매달렸다. 레프트에 서기 위해 공격 못지않게 수비 실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노력 덕분에 한송이는 이날 마음껏 공격을 퍼부으며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한송이는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마지막에 도움이 돼 기뻐서 울고 싶었다”고 말했다. 3차전은 9일 오후 7시 천안에서 열린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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