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 35점 ‘맹폭’… 흥국생명 ‘멍군’

  • 입력 2009년 4월 7일 08시 41분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여자부>

2차전 GS칼텍스 3-2 제압… 승부 원점

어감독 포용의 리더십 1차전 완패 극복

흥국생명 어창선 감독대행은 경기 전 양 팀 선수단을 소개할 때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다독이며 포옹해준다. 때로는 귀엣말로 “오늘 잘 할 수 있지?”, “걱정 마. 네가 최고야”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배구 코트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지만 올 시즌 감독이 두 차례나 교체되면서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흐트러진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데 큰 효과를 봤다. 어 감독대행이 또 한 번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는 심리전으로 극적인 승리를 낚았다.

흥국생명은 6일 인천도원시립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2(25-15 22-25 17-25 25-20 15-13)로 꺾었다.

1차전에서 0-3으로 완패했던 흥국생명은 1승1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3차전은 9일 천안에서 열린다.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게 불과 이틀 전. 48시간 만에 팀 컬러를 180도 바꿔놓은 비결은 무엇일까.

어 감독대행은 1차전 패배 후 한 숨도 자지 못했다. 2차전까지 내주면 사실상 끝장. 천신만고 끝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그러나 선수들 앞에서는 애써 담담한 척한 어 감독대행은 “우리는 V리그를 두 번이나 제패한 팀 아니냐. 1차전 패배는 마음의 문제일 뿐 기량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실력만 발휘하면 문제없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뒤돌아서서 부담을 삭히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대신 그는 비디오테이프를 붙잡고 늘어졌다. 카리나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한송이를 왼쪽에 세워 카리나와 데라크루즈를 맞대결시켜야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도 이 즈음. 예상은 적중했다.

이날 카리나는 35점을 퍼부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데라크루즈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데라크루즈는 1차전보다 9점이나 많은 32점을 기록했지만 공격 성공률은 65.64%%에서 51.72%%로 뚝 떨어졌다.

한송이(14점) 역시 고비 때마다 알토란같은 득점으로 어 감독대행을 흡족하게 했다.

어 감독대행은 “우리 색깔대로 공격 배구를 해보자고 주문했는데 잘 맞아떨어졌다. 특히 한송이가 레프트로 가서 잘 해줬다”고 말했다.

인천 | 윤태석 기자 sportic2@donga.com

사진 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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