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진 잠실 펜스, 넘기긴 했지만…

  • 입력 2009년 4월 8일 07시 45분


LG의 시즌 홈 개막인 7일 롯데전은 김재박 감독의 ‘숙원’이 이뤄진 날이었다. “공격야구로 팬을 즐겁게 하겠다”란 명분을 앞세워 잠실구장 외야 펜스를 최대 4m 가량 앞으로 당겼기 때문이다.(사진) 이 공사를 위해 LG는 연 2억 원을 추가 지출한다.

LG는 어떤 과학적 통계에 의거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김 감독의 요청이 결정적인 배경이었다. LG 염경엽 운영팀장은 “언젠가 김 감독 후임 사령탑이 와도 기본적으론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염 팀장은 “LG도 홈런왕이 한번 나와야 되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작 LG 선수단은 그다지 영향 받지 않는 분위기였다. 장타자인 박병호는 “시각적으로 뒤 펜스가 눈에 들어와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없다”고 했다. 유지현 코치는 “대전구장이라고 홈런 많이 나오느냐?”고 했다. 제안자인 김 감독조차 “올해 해보고 불리하면 바꿀 수도 있다”고 빠져나갈 구멍을 팠다.

LG는 당겨진 펜스와 기존 펜스 사이를 ‘X존’이라 지칭했다. 그 곳으로 LG의 홈런볼이 떨어지면 추첨을 통해 홈런타자를 예상한 팬에게 선물을 주는 마케팅도 마련했다. X는 ‘extended’의 약자로 홈런존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야구계 일각에선 X존을 ‘재박존’이라고 부르는데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홈런이 늘고, 외야 펜스 플레이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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