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프로축구는 월드컵 4강에 힘입어 7월에 열린 개막전에서 사상 최다 관중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해 프로야구 관중은 239만4570명에 불과했습니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공짜 표가 뿌려지고 일부 구단이 무료입장의 날을 감행한 것도 그때입니다.
7일 지난해 하위 네 팀의 홈에서 3연전이 시작됐습니다. 대전과 광주는 만원 관중을 기록했지만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목동에는 2482명만 찾았습니다. 히어로즈는 경품은 물론 선수들이 사인한 공인구 150개에 기념 다이어리를 2000부나 마련했습니다. 인기 연예인도 초청했지요. 구단 관계자는 “화요일은 관중이 적은 날”이라고 했지만 공들인 홈 개막전에 더 많은 팬이 찾지 않은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2000년 서울 입성을 노리고 연고지를 인천에서 수원으로 옮긴 후 현대는 비인기 구단의 대명사였습니다. 지난해 현대 선수를 주축으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원죄’를 안고 출발한 셈이지요. 여기에 연봉 삭감, 가입금 지연 납부, 메인 스폰서 파문 등이 이어진 것도 새로운 팬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됐습니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투자 없이는 결과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년에는 달라지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히어로즈를 보면 이 대표는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것 같습니다.
히어로즈의 올 관중 목표는 작년보다 55% 늘어난 40만19명(평균 6060명)입니다. 달라진 히어로즈가 555만 관중 돌파에 제 몫을 하길 바랍니다. 8개 구단 모두 자리를 잡아야 프로야구의 기반도 탄탄해지니까요. ‘WBC 특수’는 언젠가 사라집니다. ‘월드컵 특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