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레더 혼자 농구 하냐. 재미없다. 우∼.”
9일 울산에서 열린 삼성과 모비스의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 경기를 지켜보던 모비스의 한 여성 팬이 코트를 향해 이런 야유를 보냈다. 삼성은 레더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죽하면 ‘삼성 레더스’라는 말이 나올까. 삼성은 모비스와의 1차전에서 레더가 심한 감기 몸살에 시달리며 6득점에 그쳐 19점 차의 대패를 떠안았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레더는 묘약이라도 마신 듯 펄펄 날았다. 여전히 눈은 벌겋게 충혈된 데다 쉰 목소리를 냈지만 그는 34분을 뛰며 32득점, 14리바운드로 맹활약해 90-79의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방문 2연전에서 1승 1패로 팽팽한 균형을 맞췄다. 3차전은 11일 오후 3시 삼성의 홈인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레더는 “1차전 때 너무 아파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조금 나아 할 만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가 주도하는 팀이 아니라 한국 최고 선수들이 중심이 된다”고 말했다. 레더가 제자리를 찾으니 삼성의 다른 선수들도 덩달아 힘을 냈다.
경기 초반부터 끈끈한 수비로 분위기를 장악해 나갔다. 특히 지난해 제대 후 올 시즌 복귀한 김동욱이 돋보였다. 정규시즌부터 모비스 함지훈의 천적으로 유명했던 김동욱은 이날도 함지훈을 8점으로 봉쇄하며 15점을 터뜨려 공수에 걸쳐 안준호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국내 선수 가운데 10점 이상을 넣은 선수가 1명도 없던 1차전과 달리 김동욱을 비롯해 이정석(12득점), 강혁(11득점)이 고르게 공격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