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밤12시까지 지옥훈련…부임 4개월 만에 ‘대형사고’ 쳐
우리 학교만 최고 성적 안 바라…다른 학교 선수도 대학 가야죠
1990년대 초반 프로야구 최고 타자였던 이정훈 감독(46)이 사는 곳은 충남 천안 북일고 야구장 옆의 작은 가건물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2군 코치로 있던 LG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12월 1일자로 고교팀 감독이 됐다. 그가 맡은 북일고는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번번이 초반에 탈락했던 팀. 하지만 그는 지난주 막을 내린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준우승 감독이 됐다. 부임한 지 4개월 만이었다.
“LG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못한 결과였습니다. 쉬는 동안 야구 공부나 더 하려던 차에 한화 이경재 사장님이 북일고 감독으로 추천해 주셨죠.”
북일고는 한화가 설립한 학교다. 이 사장은 ‘악바리’로 불렸던 이 감독의 근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구가 고향이지만 빙그레(현 한화) 유니폼을 입고 전성기를 보냈던 이 감독은 “평소 기회가 오면 한화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을 맡기로 한 뒤 그는 “왜 힘든 일을 하려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대구상고 선배인 장효조 삼성 스카우트였다. 직업상 고교 감독의 어려움을 잘 아는 선배로서 걱정이 돼 연락을 했던 것. 장 스카우트는 1985년부터 3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1991년부터 2년 연속 타격왕이었다. 27시즌 동안 2년 연속 타격왕을 한 선수는 둘뿐이다.
“막상 학교에 오니 장 선배 얘기가 실감났어요. 프로는 자기 분야만 신경 쓰면 되는데 고교 감독은 팀 성적은 물론 선수들 생활과 진학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야 하는 머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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