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 최태웅 MVP 뽑혀
현대캐피탈 존 앤더슨의 스파이크가 코트 파란색 부분을 때리며 벗어났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모두 코트로 달려 나가 서로 껴안았다. “4세트부터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한 신치용 감독의 무표정한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삼성화재가 1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안젤코 추크(19득점)와 고희진(14득점)의 활약으로 3-2(18-25, 25-20, 19-25, 25-20, 15-13)로 역전승했다. 3승 1패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삼성화재는 1세트에서 위기를 맞았다. 3차전에서 43득점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기록한 안젤코는 5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3득점에 그쳤다. “2세트마저 내준다면 진다고 생각했다”는 신 감독은 안젤코 대신 장병철(12득점)을 투입했다. 정규리그에서 활약이 미미했던 장병철은 안젤코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장병철은 “오늘 둘째 출산 예정일이어서 더욱 힘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승부처였던 14-14 동점에서는 3번의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10득점을 올렸다.
앤더슨(31득점)의 기세에 밀려 3세트를 내준 삼성화재는 4세트에서 30대 베테랑들의 투혼에 웃었다. 신선호(10득점), 손재홍(12득점), 석진욱(13득점)이 공격을 이끌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뒤 최태웅은 소망 하나를 밝혔다. “동기인 병철이, 진욱이와 함께 오래 뛰어서 은퇴도 같이 하고 싶어요.”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30대 선수들이지만 올 시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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