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를 옮길 게 아니라 조명탑을 옮겼어야 했나. LG는 올 시즌부터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홈경기 때마다 중앙(125m)과 좌우중간(120m) 펜스 거리를 4m씩 앞당기고 높이도 2.7m에서 2m로 낮춰 경기를 치른다. 장타 부족을 만회하려는 김재박 감독의 고육지책이 반영된 결과다. LG는 지난 시즌 팀 홈런 66개로 8개 구단 중 7위였다.
그런데 펜스를 앞당겨 놨더니 이번에는 조명이 재를 뿌렸다. LG는 1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야간 조명이 상대 타구를 집어삼킨 것이 빌미가 돼 다잡은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LG가 3-2로 앞선 8회초 두산 공격. 1사 1루에서 김동주가 친 타구는 멀리 뻗지 못하고 외야 한가운데로 높이 떠올랐다. LG 중견수 이대형은 쉽게 잡을 듯이 앞으로 몇 걸음 움직였다. 그런데 타구는 이대형의 글러브 속에 안착하지 못하고 외야 잔디 위에 덩그러니 떨어져버렸다. 조명이 타구를 삼키는 바람에 이대형이 타구를 놓친 것. 1루 주자는 3루까지 내달렸고 두산은 후속 타자 최준석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1사 1, 3루 때 터진 맷 왓슨의 결승타로 경기를 뒤집어 4-3으로 이겼다.
롯데는 대전에서 조성환의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홈런 4방으로만 6점을 뽑으며 한화를 7-4로 누르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조성환은 1회 선제 투런 홈런에 이어 3회 솔로 홈런을 날렸고, 7회에는 김주찬과 이대호가 각각 솔로 홈런과 2점포를 터트렸다. 전날까지 23타수 3안타(타율 0.130)로 부진하던 이대호는 5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타격 감을 찾았다. 한화 송진우는 7회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처리해 최다 투구 이닝 기록을 3001이닝과 3분 1이닝으로 늘렸다.
KIA는 8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 양현종의 호투와 9회 나온 한기주의 깔끔한 마무리로 삼성을 1-0으로 꺾고 전날 연장전 패배를 설욕했다.
SK는 히어로즈에 5-4 역전승을 거두고 3연승했다.
한편 두산 이종욱은 전날 LG전에서 시즌 1호이자 통산 14번째 사이클링 안타 기록을 세웠다. 톱타자로 나선 이종욱은 1회 2루타를 신호탄으로 4회 단타, 5회 투런 홈런을 날렸고 7회 다섯 번째 타석에서 오른쪽 담장까지 굴러가는 3루타로 사이클링 안타를 완성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