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홈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잠실과 목동이 홈런 대량생산의 발원지가 되고 있어 주목된다.
○‘X존 효과’ 잠실구장
잠실구장은 전통적으로 홈런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에도 잠실에서는 126경기에서 124홈런이 나왔을 뿐이다. 경기 당 0.98개로 채 1개의 홈런도 터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홈 63경기로 세분화하면 지난해 두산은 37개, LG는 31개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LG 김재박 감독의 뜻으로 외야펜스를 앞으로 당기면서 ‘홈런 친화적 구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홈에서 좌측과 우측 폴까지의 거리는 100m로 그대로지만 중앙은 종전 125m에서 121m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좌중간과 우중간도 짧아졌다. 펜스높이도 2.7m에서 2m로 낮췄다.
12일까지 잠실구장에서 올 시즌 총 8경기가 펼쳐졌는데 벌써 홈런 18방이 터졌다. 경기당 2.25개. 이날까지 X존에 떨어진 홈런은 LG 3개와 원정팀 4개로 무려 7개나 된다.
LG 김재박 감독은 “잘 맞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면 타자에게 심리적으로 타격이 가해진다. 기를 살리는 데는 제격이다”고 평가했다. 투수와 타자의 심리적인 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시즌이 끝나봐야 안다”면서도 “일단 타구가 뜨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타자들은 “시각적으로는 기존 펜스가 뒤에 바로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펜스수비를 하는 이종욱이나 안치용 등 외야수들은 “차이를 실감한다”고 털어놓고 있다.
○목동구장은 왜?
목동은 중앙펜스 121m, 좌우측 98m는 평균적이지만 홈런이 많이 나온다.
지난해 목동 57경기(제주 6경기 제외)에서 총 81개의 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1.42개. 올해는 12일까지 총 6경기가 열렸는데 무려 18개의 홈런이 폭발했다.
물론 히어로즈가 홈런타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상대팀도 강타선의 삼성과 SK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홈런을 기록한 타자의 면면은 반드시 거포만은 아니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홈에서 외야로 바람이 분다”고 말했지만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이에 대해 “목동구장의 특성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 감독은 “한눈에 봐도 내야와 외야 그라운드가 수평이 아니다. 외야 쪽이 확연히 낮아 보인다”고 했다.
SK 김성근 감독도 이에 동의했다. 펜스 높이도 2.3m로 높지 않은데 외야가 주저앉아 있는 형태라 홈런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목동구장은 외야석이 없어서 타자들이 공에 집중하기 용이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다 과학적인 분석은 없었지만 김시진 감독은 “목동구장 뒤쪽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바람이 아파트 단지에 부딪치면서 기류가 올라가는 듯하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도쿄돔처럼 외야쪽의 기류가 상승한다는 주장이다.
목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