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야구 인기다.
4일 개막전부터 문학(한화-롯데) 잠실(KIA-두산) 사직(히어로즈-롯데) 대구(LG-삼성)구장이 모두 만원사례였다. 4개 구장 합계 9만 6800명. 프로야구 역대 개막전 최다 관중(전체 2위)이었다.
5일에도 8만 5499명(역대 6위)이 입장했다. 기세는 하위 4개 팀의 홈 3연전으로 이어졌고, 주말 3연전도 화창한 날씨와 함께 관중몰이를 거듭했다. 각 구단이 8경기씩 치른 13일까지 총 40만 2622명. 작년(30만 9470명) 대비 30%가 증가했다.
팀당 133경기(총 532경기)로 늘어났기에 이 페이스라면 목표 관중 559만을 넘어 600만 관중도 수치상으로는 기대해봄직하다.
1982년 출범 이래 프로야구가 500만 관중을 돌파한 해는 1995년(540만 6374명)과 2008년(525만 6332명) 두 번뿐이었다.
여풍+WBC 후폭풍…구장마다 ‘만원의 행복’
○‘지역감정’에서 ‘Miss 베이스볼’ 시대로
같은 500만 관중이라도 지금은 1980-1990년대와 그 ‘퀄리티’가 차별화된다.
예전 프로야구는 호남(해태)과 비호남 사이의 정치적, 사회적 대립구도가 관중을 흡인했다. 근엄한 신념에 가까운 정치적 성향에 근거하는 만큼 대결적이었고, 승부 그 자체에 몰입했다. 남성, 특히 아저씨가 주류였다.
그러다 정권교체가 됐고, IMF를 맞아 먹고살기가 힘들어지자 ‘야구를 통한 연대감 확인’은 급속도로 매력을 잃었다. 침체된 야구의 중흥 모멘텀은 작년부터 형성됐다. 놀랍게도 프로야구를 구원한 세력은 ‘젊은 여성’이었다.
여성들이 야구장을 찾게 되자 자연스럽게 남자들이 동반됐다. 이 기류는 갈수록 증폭돼 엄마들이 아이를 데려오고, 소녀들이 야구장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작년 대전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는데 인근 중,고교 여학생들이 교복차림으로 보러 오더라. 생전 처음 본 일”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최다관중 가능케 하는 3가지 호조건
야구가 여성친화적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인프라 혁신과 맞물린다. 대개 열악한 하드웨어지만 구단들은 자기 돈을 투자해 소프트웨어라도 바꾸는 구장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또 구단의 서비스와 마케팅 개선 노력에 따라 야구장은 데이트와 가족소풍을 할 만한 장소란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초반 흥행 파괴력은 WBC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국민들이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고 야구장을 찾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경제 불황도 야구인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구만큼 합리적 비용을 들여서 효용을 얻을 여가 수단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올해 스포츠 빅 이벤트가 없는 점, 구단 간 전력 평준화 역시 프로야구의 잠재적 흥행재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