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내심 비가 그쳐 경기가 열리기를 바라는 입장. 전날 SK를 꺾으면서 타격감이 올라온데다 에이스 봉중근이 선발 등판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봉중근은 이 날 새벽 첫 아들 하준(3) 군에 이어 건강한 둘째 딸을 얻은 참.
김재박 감독은 “봉중근이 딸까지 생겼으니 기 좀 받았겠지?”라며 호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험난한 문학 원정이라면 봉중근 차례에서 겪는 게 낫다는 뜻.
연신 “비가 안 오면 무조건 해야지”라고 강조하더니 점점 개어가는 하늘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반면 홈팀 SK는 잦아들어가는 빗줄기가 초조하기만 했다. 관중석이 텅텅 빈 것은 둘째 문제.
부쩍 추워진 날씨 때문에 선수들의 부상이 염려됐고, 선발 투수도 ‘땜질’로 올려 보낸 전병두였다. 전지훈련 동안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시즌 첫 등판이라 보장된 게 없는 상황.
게다가 주축 불펜 투수들이 대거 자리를 비운 터라 한 경기라도 거르고 넘어가길 바랄 뿐.
그 사이 잠실과 대구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김성근 감독은 “비가 구세주가 돼야 하는데…”라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이 날의 경기감독관인 최동원 전 한화 코치는 올해 처음으로 맡은 자리여서인지 유독 엄격하게 경기 강행 여부를 따졌다.
결국 “그라운드 사정이 좋다. 비랑 관계없이 충분히 경기 할 수 있겠다”고 판정. 두 감독의 경기 전 희비도 그렇게 엇갈렸다.
문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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