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16일 새벽(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 ‘에스타디우 두 드라강’에서 열린 2008-2009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11명의 선발 라인업 뿐만 아니라 7명의 교체 선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지성이 18명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것은 지난 2월 22일 블랙번 로버스와의 정규리그 경기 이후 53일 만이다.
이번 박지성의 엔트리 제외는 2007-2008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결승전 상황과 많이 닮았다. 당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결승전이 골 결정력으로 승패가 갈리는 단판승부인 점을 감안해 박지성 대신 오언 하그리브스를 출전시켰다. 새벽잠을 설치며 TV 앞에서 박지성의 출전을 기다렸던 대부분의 한국 축구팬은 박지성이 출전 선수 명단에서 아예 빠져 버리자 심하게 분노했다.
이에 퍼거슨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을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킨 것은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라는 말로 분노한 한국 축구팬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퍼거슨은 이번에도 박지성 카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차전에서 2-2로 비긴 터라 원정경기 승리만이 4강 진출의 유일한 방법이었고, 득점을 위해서는 위해서는 수비보다는 공격지향적인 선수가 필요했다. 박지성 대신 나선 노장 긱스는 체력적인 부담은 있었지만, 골 결정력과 경험에서 박지성보다 앞서 있는 선수. 퍼거슨은 긱스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박지성의 출전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축구팬들도 1년 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골이 필요하고 공격력이 중요시 되는 경기에서는 박지성의 제외가 놀랍지 않다는 것.
경기 30분전 박지성의 결장 소식을 전해들은 국내 최대 축구 커뮤니티 ‘아이러브사커’의 많은 축구팬들은 “이미 박지성의 결장은 예상한 결과라 실망스럽지 않다”며 “최근 빡빡한 리그일정과 A매치 소화로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자연스레 경기력도 저하되고 있다. 충분한 휴식을 갖은 것이 더 나아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상대팀의 전술에 따라 스쿼드는 바뀌기 마련이어서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혹은 “이번 결장은 한 경기에 불과하다. 박지성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1~2년 뒤를 바라봐야 한다”와 같은 격력의 글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몇몇 축구팬들은 낮은 골 결정력과 박지성의 결장을 관계 지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박지성에게는 골이 필요할 땐 무조건 교체 또는 결장이라는 법칙이 생겼다”, “낮은 골 결정력이 아쉽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더라도 박지성은 또다시 결장할 것이다”와 같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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