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는 3086안타… 일본 최다안타 신기록
《‘국민 타자’ 이승엽(33·요미우리)은 17일 일본에서 연타석 홈런을 몰아치며 프로 통산 450홈런 고지(451개)를 넘어섰다. ‘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36·시애틀)는 미국에서 자신의 3086번째 안타를 날려 장훈(69)의 일본 최고 기록(3085개)을 돌파했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 타자가 같은 날 타향에서 나란히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것. 도전자가 없을 정도로 독주하고 있는 두 스타의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물론 둘의 기록은 단일 리그가 아닌 두 나라 리그에서 세운 것으로 공인 기록은 아니다.》
이승엽은 2006년 8월 1일 한신전에서 1회 2점 홈런을 때려 한일 통산 400홈런을 기록했다. 9회에는 끝내기 홈런까지 터뜨렸다. 만 30세가 되기 전에 40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오사다하루(전 소프트뱅크 감독),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그리고 이승엽뿐이었다.
그해 이승엽은 41홈런을 쳤다. 800홈런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승엽은 지난해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홈런은 8개로 급락했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이승엽이 모처럼 화끈한 홈런 쇼를 선보였다. 17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경기에서 0-3으로 뒤진 2회 2사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려 시즌 3호이자 한일 통산 450홈런 이정표를 세웠다. 3-3으로 맞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역전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요미우리는 5-3으로 이겼고 4타수 2안타를 기록한 이승엽의 타율은 0.235가 됐다.
삼성에서 9시즌 동안 324개의 홈런을 날린 그는 일본에서 127개의 홈런을 보탰다. 통산 홈런 국내 최고 기록은 한화 장종훈 코치(1987∼2005년)와 삼성 양준혁(1993년∼)이 갖고 있는 340개로 이승엽보다 111개나 적다. 이승엽은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팀 승리에 공헌한 것 같다”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치로는 세 살 때 아버지에게서 야구를 배웠다. 고교 시절 아버지가 감독에게 아들을 맡기며 한 말은 “절대 칭찬해주지 마라”였다.
그래서일까. 이치로는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의 결승전 연장 10회초. 한국에는 한(恨)이 된 2타점 결승 2루타를 치고 2루 베이스를 밟은 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런 이치로가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그는 17일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4회 우익수 앞 안타를 날렸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재일교포 장훈 씨가 갖고 있던 일본 최다 안타 기록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기록을 합한 것이어서 공식 기록으로 보기는 애매하지만 일본 야구팬은 환호했다.
이날 4타수 1안타에 머문 이치로는 “하리모토 이사오(장훈의 일본 이름) 씨가 내일 떠날 것을 알고 있어 부담을 느꼈다”며 “그는 1995년 내게 자신의 기록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고 얘기했는데 그가 보는 앞에서 신기록을 세워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WBC 후유증으로 위궤양을 호소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이치로는 전날 시즌 처음 출장해 자신의 3085번째 안타를 만루홈런으로 장식하는 등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동아닷컴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