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이 불편한 속을 다스려가며 훈련하는 동안 KIA 조범현 감독은 “좀더 중심타자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드러냈다. 좀처럼 타선의 연쇄폭발이 이뤄지지 않아 8개 구단 최강의 선발진을 보유하고도 개막 이후 단 한차례도 5할 승률을 찍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선의 체증 해소’야말로 올 시즌 초반 KIA의 최대과제다.
최희섭이 모처럼 본인은 물론 팀 타선의 체증을 속 시원히 해치웠다. 선두타자로 나선 2회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로 선제 3득점의 물꼬를 튼 최희섭은 3회 2사 후 2번째 타석에서는 LG 선발 이범준을 상대로 잠실구장 외야 우측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솔로홈런을 폭발시켰다. 볼카운트 1-2에서 몸쪽으로 날아든 시속 130km짜리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보냈다.
5회 볼넷에 이어 6회 밀어친 좌전안타로 숨을 고른 그는 8-2로 앞선 8회 1사 후에는 좌완 구원투수 오상민에게서 다시 중월1점홈런(비거리 125m)을 빼앗았다. 한복판 높게 날아든 시속 126km짜리 초구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잠실구장에서 가장 깊숙한 곳으로 홈런을 만들었다. 4타수 4안타 2홈런 1볼넷 2타점 3득점.
최희섭의 한경기 2홈런은 국내 복귀 첫 해인 2007년 9월 28일 광주 현대전 이후 2번째. 한경기 4안타는 첫 경험이다. 순식간에 시즌 4·5호 아치를 그리며 LG 페타지니, 두산 최준석, 한화 디아즈와 홈런 더비 공동 1위로 나서게 됐다. 최희섭의 부활과 더불어 KIA는 부담스러웠던 원정 6연전(사직-잠실)을 4승2패로 마치는 수확을 함께 맛봤다.
경기 후 최희섭은 “체해서 컨디션이 안 좋아 힘을 빼고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다보니 좋은 타구가 나오고 홈런도 2개가 나온 것 같다”며 “투수들과의 수싸움에 대해 황병일 타격코치와 계속 연구하고 있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집중해 좋은 타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잠실|정재우 기자 jace@donga.com